감상을 잘하려면 그림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관찰해야 할까? 이번 장에서는 그 ‘무엇을'에 집중한 그림 감상의 기초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그림 보기를 좋아하거나 명화 하브루타를 여러 번 경험한 사람은 그림에 대한 ‘감(느낌)’이 생겨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그림 감상이 익숙지 않은 사람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때 감상에 필요한 기초 이론이 그림과 친숙해지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에서는 질문을 떠올릴 때 필요한 내용 위주로 두 작품을 비교하며 쉽게 설명하였으므로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바란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다음의 요소들이 여러분의 생각과 질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 있게 될 것이다. 따로 의식하지 않아도 말이다.
1. 소재 찾기
감상 활동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으면서 꼼꼼한 관찰력이 필요한 것이 소재 찾기이다. 소재는 화가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한 재료를 말한다. 즉 무엇이 그려져 있는지를 의미하며, 작품의 메시지, 작가의 의도,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림 속에 어떤 사물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자. 이유 없이 등장하는 소재는 없다. 소재 찾기는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활동이다. ‘누가 누가 더 많이 찾나?’로 경쟁심을 유발하면 즐거움과 관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소재를 하나하나 찾기 위해서는 그림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볼 수밖에 없다. 신윤복의 <단오풍정>과 윌리엄 호가스의 <결혼 직후> 속 소재를 찾아보고 적어보자. 소재를 찾다 보면 동자승이 왜 바위 뒤에 숨어있는지, 의자가 왜 넘어져 있는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감상의 시작이다.
구도는 그림 안에서 사물, 인물, 공간이 어떻게 배열되고 배치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구도는 작품의 전체적인 균형, 시각의 흐름 등을 결정하며 감상자가 그림을 보는 방식을 크게 좌우하므로 구도를 파악하는 것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홍도의 <씨름>은 원형 구도를 사용해 중심에서 발생하는 씨름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시키며 안정감을 주고 있고, 루벤스의 <십자가를 올림>은 사선 구도를 사용해 강한 긴장감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하였으며, 극적인 순간과 힘찬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림을 바라보며 구도가 주는 힘을 느껴보자.
김홍도, < 씨름 > 루벤스, <십자가를 올림>
3. 조형요소와 조형원리 파악하기
조형요소란 사물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점, 선, 면, 형태, 색채, 명암, 질감, 양감, 원근, 공간 등이 있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조형요소가 조형원리에 따라 조합, 구성되어 표현된다. 조형원리란 시각적 조형요소들을 사용해 대상을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한 구성 원리, 규칙 등을 말한다. 변화, 통일, 균형, 율동, 비례, 대비, 대칭 등이 있다.
감상자의 측면에서 조형요소와 조형원리는 예술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며 감상하는 기초적 수단이 된다.(두산백과) 따라서, 그림을 감상할 때 조형요소와 원리를 음미하는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조형 요소 >
1) 선
그림에 사용된 선의 종류를 살펴본다. 선은 형태와 공간을 정의하며, 작품의 리듬과 동적 요소를 표현한다. 김명국의 <달마도>는 최소한의 붓질을 통한 간결하고 힘 있는 선으로 달마대사의 강인한 성품과 정신적 경지를 표현하였으며, 에곤 실레의 <파이터>는 거칠고 강렬하며 불규칙하고 왜곡된 형태의 선으로 인물의 감정, 긴장감, 내면의 불안정함 등을 표현하였다. 이때 두 그림에 사용된 선의 다른 느낌은 재료의 차이로 인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짐승의 털로 만든 붓을 사용해 화선지에 그린 전통 회화의 선과 종이에 과슈와 연필을 사용해 그린 선의 느낌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김명국, <달마도> 에곤 실레, <파이터>
2) 형태
그림에 나타나는 형태나 모양을 관찰한다. 형태는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입체감이나 질감을 느끼게 한다. 에드가르 드가의 <젊은 부인의 초상>은 '자연형'으로 현실의 형태와 질감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양식을 사용하였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은 '반추상형'으로 현실의 형태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묘사를 피하고, 상징적이거나 변형된 형태로 표현하는 예술 양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에드가르 드가, <젊은 부인의 초상> 피카소, <울고 있는 여인>
3) 색채
그림에 사용된 색상의 종류와 색의 배치 살펴본다. 색상은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어떤 감정을 유도하는지 분석한다. 마티스의 <붉은색의 조화>는 열정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들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과 형태를 표현하고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20세기 반전(反戰) 예술 작품 중 하나로, 색채의 제한을 통해 감정의 표현을 극대화하고, 전쟁 장면의 참혹함과 절망을 흰색, 검은색, 회색의 무채색을 사용하여 강조하고 있다.
마티스, <붉은색의 조화> 피카소, <게르니카 중 일부>
4) 명암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사용에 따라 그림의 깊이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간감과 감정을 이해한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인물들을 강한 빛으로 부각함으로써 연극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표현하였다. 모네의 <해돋이>는 전통적인 명암 대비보다는 부드러운 톤의 차이를 사용하여 장면을 표현하였으며, 색채 자체가 명암의 역할을 하고 있다. 빛과 색채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각적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렘브란트, <야경> 모네, <해돋이>
< 조형원리 >
4. 분류 기준에 따른 그림의 명칭과 종류
분류 기준에 따른 그림의 명칭과 종류를 알고 있는 것은 그림 감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의 분류 기준은 중고등학교 미술교육에서 다루는 범위 안의 내용이므로 전문가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 다양한 명칭을 접하는 정도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5. 주제 및 작가의 의도 알아보기
위에서 다룬 내용을 모두 종합하여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살펴본다. 작가의 의도, 생애, 시대적 맥락도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감상자는 그림을 보고 느낀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짓고, 작품이 주는 감정적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 요소들을 통해 그림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고, 작품의 의미와 감정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