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상반된 말은 미술 작품 감상의 문제를 잘 요약하고 있다. 미술 작품은 ‘보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읽는’ 것이기도 하다. 보는 것은 작품의 형식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보아 감흥을 느끼는 것이고,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작품의 내용, 맥락적 지식, 작가의 의도 등을 읽으며 작품의 감흥을 더 잘 느끼는 것이다. <중략>
작품은 형식이라는 언어로 신체에 호소하여 감성을 일으키며, 또한 지성에 호소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내용을 부르고, 또한 감정에 호소하여 관객의 참여를 자극한다. 즉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며, 지적인 영역은 예술 양상에 공존하고, 그들의 상보 작용의 복잡함에서 풍요로움이 더하게 된다. 따라서 미술 작품과의 감정 소통은 한 눈에 반하기 식으로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꾸준한 학습에 의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는 지식의 요소가 요구됨을 주목할 수 있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975)이다. 결론적으로,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면 그 작품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