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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Sep 08. 2024

그림 감상의 중요성

 앞서 말했듯 그림 감상은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느낌 혹은 생각과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며 평가하는 것이다. ‘감상’의 정의 안에 그림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수용과 새로운 의미로 연결하고 평가하는 적극적인 면이 동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림 그리는 창작의 과정은 능동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감상은 수동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품이라는 것은 화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므로 감상만큼 능동적인 의미의 창조 활동도 없다 할 것이다.     


  하르트만(N.Hartmann, 1882-1950)은 감상 활동이 정신적 재창조 활동이며, 결국 자기 창조라고 생각했다. 제들 마이어(Hans Sedlmayr, 1896~1984) 또한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정신적 창조 활동의 결과이고 작품의 해석은 감상자의 정신적 활동의 결과이다'라고 말하며 감상을 재창조 활동이라고 정의하였다. 두 미학자의 공통된 의견에서 보듯 감상은 화가가 창조한 그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다시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이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뭘까?   


다음은 피카소의 작품이다.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가? 떠오르는 질문이 있는가?

  

  어느 날 피카소의 전시회에서 한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자 피카소는 "그러면 당신은 중국어를 이해합니까? 마찬가지로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에서는 "미술 작품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새소리는 분석해서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미술 작품은 왜 분석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피카소는 왜 이런 상반된 이야기를 했을까? 이은적은 재미있는 미술 감상 수업에서 이 일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피카소의 상반된 말은 미술 작품 감상의 문제를 잘 요약하고 있다. 미술 작품은 ‘보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읽는’ 것이기도 하다. 보는 것은 작품의 형식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보아 감흥을 느끼는 것이고,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작품의 내용, 맥락적 지식, 작가의 의도 등을 읽으며 작품의 감흥을 더 잘 느끼는 것이다. <중략>
  작품은 형식이라는 언어로 신체에 호소하여 감성을 일으키며, 또한 지성에 호소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내용을 부르고, 또한 감정에 호소하여 관객의 참여를 자극한다. 즉 감성적이고, 감정적이며, 지적인 영역은 예술 양상에 공존하고, 그들의 상보 작용의 복잡함에서 풍요로움이 더하게 된다. 따라서 미술 작품과의 감정 소통은 한 눈에 반하기 식으로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지기보다는 꾸준한 학습에 의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는 지식의 요소가 요구됨을 주목할 수 있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관객”(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975)이다. 결론적으로,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면 그 작품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홍준(1993)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에서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비결에 대해서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조선시대 문인의 글을 인용했다. 이 글은 독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문장이 되어 여러 곳에 재인용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그는 '아는 만큼 보인다'로 우리 문화유산에 관한 사랑과 공부를 계속 강조해오고 있다.  


  그런데 유홍준은 ⟪창비교육 2024 여름방학 특별 강연⟫에서 칼 야스퍼스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을 보고 쓴 글을 소개하던 중 "아는 만큼 보이는 것보다 생각한 것만큼 보이는 것이 우리가 불상을 보는 시각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생각한 것만큼 보인다'는 그의 말은 피카소의 상반된 일화를 떠오르게 하면서도 생각과 질문을 중시하는 명화 하브루타의 핵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반가웠다. 보는 것과 읽는 것, 아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나, 이 중 어느 하나만을 강조해서는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없다. 이 네 가지 모두가 그림 감상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감상은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그림 감상은 보는 것이면서 읽는 것이고, 아는 만큼, 더 나아가 생각한 것만큼 더 잘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림 감상은 단순히 예술을 즐기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그림 감상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감정을 표현하고 치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은 종종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담고 있어 감상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준다.

      

둘째,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 능력이 발달한다. 작품의 의도, 표현 방식 등을 고려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그림을 매개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     


넷째, 그림은 그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므로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으며, 세계에 대한 시각을 확장할 수 있다.     


다섯째, 그림 감상은 창의적 사고를 유도한다. 작품을 바라보며 자신의 해석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과 혁신적인 사고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섯째, 그림 감상 과정은 세밀한 관찰력이 요구된다. 작품의 디테일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인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관찰력도 향상되게 한다.     


일곱째, 자신의 정체성 탐구와 가치관 형성에 기여한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통해 자기 경험과 연결 짓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여덟째, 그림 감상은 일상에서 미적 가치를 찾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림 감상은 감상자의 감수성, 판단력, 문화적 이해 능력 등의 종합적인 인지 발달과 사회적, 정서적 성장을 지원하며, 풍부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삶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는 중요한 활동임에 틀림없다. 여러분은 여기에서 그림 감상을 배워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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