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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Oct 20. 2024

하브루타를 통한 감상 교육의 확장

이번 장에서는 조소 하브루타를 진행해 보고, 다양한 미술 영역을 다루는 미술 하브루타, 더 나아가 예술 하브루타로 진행해 볼만한 주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야외 조각 작품은 보는 시간대와 계절, 날씨에 따라 너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주변 환경과 하나가 작품은 매일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감상자에게 다가간다. 조각가의 손을 떠난 입체 작품은 자연 속에 놓이는 순간 창작자의 의도를 넘어서 변화무쌍한 역동적 이미지로 변화한다. 그것이 야외 조각 작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산 호수공원 안에 있는 야외 조각 작품으로 하브루타를 함께 해보자. 작품을 직접 보며 진행하면 좋겠지만 여건상 어려우므로 필자가 겨울과 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겠다. 같은 작품인데 계절에 따라 느낌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절을 하는 다섯 명의 사람 앞에 화면 뚫린 구형 TV가 있고 그 위에 빈 방석이 놓여있다. 조각가는 방석 위에 친절하게 '앉아보십시오'라는 글자를 써두었다. 만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관객이 TV 위에 직접 앉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참여형 작품이다.


                   

   



'옷을 입지 않은 다섯 명이 사람이 뻥 뚫려있는 TV 상자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있다. 반들반들한 머리 뒤통수에는 각각의 고유 번호가 보인다. 죄수일까? 번호가 없으면 구분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은 자세로 기도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은 익명성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들은 무엇을 향해, 누구를 향해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화면이 뚫린 빈 TV를 향한 공허한 믿음일까?‘         







1. 작품을 관찰하며 떠오른 단어를 적어보세요.


대머리, 부처, TV, 바보상자, 고유번호, 절, 마른 체질, 남자 다섯 명, 기도....


여러분은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요?

                                                                                                                         



2. 나만의 그림 제목 지어보세요.


저는 '하심'이라고 지어보았어요. 하심은 굴기하심(屈己下心)의 줄임말로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 겸손하게 갖는 것을 말하는 불교 용어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자기 자신을 낮추고자 하는 다섯 명의 마음이 느껴져 지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창작한 제목은 무엇인가요?

                                                              



3. 작품을 보며 떠오른 질문을 적어보세요.


왜 옷을 입지 않고 있을까?

다섯 명인 이유가 있을까?

머리에 번호는 무슨 의미일까?

이들은 지금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

뚫린 TV는 무엇을 상징할까?

감상자를 TV 위 방석에 앉혀서 절을 받아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섯 명이 모두 남자인 이유가 있을까?

이들은 왜 이렇게 말랐을까?

미디어에 대한 맹목적 숭배를 말하는 걸까?

김영원 작가의 종교는 불교일까?


여러분의 질문은 무엇인가요?                                                                                                    

                                                    

                                                    

                                                    



4. 생각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저는 제 질문 중에 아래의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Q1. 뚫린 TV는 무엇을 상징할까?


  작품 앞에서 몸을 낮춰 TV를 들여다보면 프레임 안에 절을 하는 다섯 명을 만날 수 있고, TV 위에 앉으면 감상자가 사람들에게 절을 받는 느낌이 들어요. 감상하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작품이지요. 전시장이었다면 작품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겠지만, 우리는 절을 하는 사람 곁에 다가가 뒷모습도 옆모습도 관찰할 수 있어요. 따로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없는 것을 보면 감상자가 작품 안에서 노닐면서 느낄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 아닌가 해요. TV가 뚱뚱했던 옛날에 우리는 TV를 바보상자라고 불렀었죠. 요건 나이 든 사람만 아는 비밀이에요. 하지만 이제 바보상자라는 말을 쓸 수 없어요. 왜냐하면 너무 얇아졌기 때문이죠. '바보 액자'라고 하면 맞을까요?

  작가는 화면을 뚫어놓음으로써 공간의 소통, 공기의 소통, 상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으로 생각해요. 그것이 맹목적인 현대 문명에 대한 숭배일 수도 있고, 내가 지은 제목처럼 사물을 대할 때 그것이 비록 비어 있는 어떤 것일지라도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는지...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질문으로 저와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가요?



  자. 이제 작품의 제목을 공개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절을 하는 사람>이랍니다. 예상할 수 있는 제목이지요? 이제는 감상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용어 설명을 해 드릴게요.    


  조소, 소조, 조각이라는 용어가 비슷해서 아마 헷갈리실 거예요. 조소는 소조와 조각을 모두 아우르는 뜻입니다. 재료를 붙여 나가며 입체적으로 형상을 표현하는 기법을 소조, 재료를 깎거나 새겨서 입체 형상을 만드는 것을 조각이라고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위의 작품은 조각이 아닌 소조입니다. 흙으로 만든 뒤 석고로 떠서 틀을 만들고, 녹인 청동을 그 틀에 넣어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각 공원'이라고 말하지 '소조 공원'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아요.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소조와 조각을 구분하지 않고 '조각'이라는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없음이 아쉽지만, 이 작품을 보고 여러분의 마음속에 물음표가 생겼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조각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김영원, <절하는 사람>, 1997, 일산 호수공원


김영원 (1947~  )


  1947년 서울 출생인 김영원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환경미술연구소 소장, 조소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그는 인체라는 일관된 소재로 묵묵히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나는 인체 사실 조각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인체를 소재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김영원의 조각 작품에는 인간의 내면을 형상화하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들어있다. 작품은 하나같이 인체를 묘사하지만 풍경이 연상되기도 하고,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던가, 관람객에게 저마다 다른 해석, 즉 열린 해석이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인체만을 재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출처 : PYO 갤러리


사진 출처 : 중앙일보 2019년

  2009년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조각해 작가로서의 정점을 찍었고, 불우이웃 돕기를 위해 서울시에 작품의 저작권을 무상으로 기증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김영원은 조각을 통해 ‘중력과 무중력’, ‘유와 무’, ‘정신과 몸’을 주제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했으며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인체 조각을 발전시켜 한국 현대 조각사의 흐름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했다.




다음은 미술의 다양한 영역으로 하브루타를 확장한 예시를 소개한다.



< 미술 하브루타의 주제 예시 >         


  이러한 다양한 미술 영역에서 하브루타를 활용하면 여러 형식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확장할 수 있으며,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영역을 더 확장하여 음악, 영화, 건축, 뮤지컬 등도 같은 형식으로 하브루타를 진행해 보자.



 < 예술 하브루타의 주제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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