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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Jul 09. 2020

신혼 전세금으로 시골에 작은 가게를 차렸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물건이 도착하고 이젠 청소와 마무리, 예약을 받을 차례였다.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 인테리어가 되진 않았지만, 누구나 내 마음에 쏙 들게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낸 사실만으로도 감사했고, 조금 부족하다 싶은 것들은 사실 주인 눈에나 거슬리지 손님들은 인지조차 못하는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해낸 공사라 감회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하지만! 인테리어 공사는 가급적 직접 하기보단 전문가에게 맡기길 바란다. 세상엔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다. 돈은 없지만 시간 부자라 직접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빠른 시간 안에 높은 퀄리티로 공사를 끝내고, 절약한 시간을 활용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직접 하면 생각보다 속도도 안 나고 퀄리티는 낮아지는데 체력까지 동난다. 그 시간에 차라리 바가지 쓰지 않고 공사할 수 있게 인테리어 지식이나 보는 눈을 키우길 추천한다. 아무튼, 이제는 공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서 공사 중 도망가거나 잠적하는 아저씨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나 뭐라나.


주말엔 가구 세팅을 위해 준비한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조립하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동원해 혼자 들기 힘든 무거운 짐을 함께 버리고 벌레로 가득 찬 창틀을 모두 들어내 깨끗하게 청소했다. 창틀, 몰딩, 주방 수납장은 시트지와 페인트로 마감을 했고 허전했던 공간은 초록 초록한 나무와 소품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벌레만 없다면 아예 창을 떼서 살고 싶은 전망이다.


공사 중에 마을 주민분들과 상인 분들도 종종 구경 오시곤 했는데 그중엔 묵호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었고 타 지역에서 우리처럼 묵호로 이주해 자리 잡으신 분들도 있었다. 비록 대부분이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도 나이가 많으셔서 비슷한 또래는 전혀 없었지만 마을에 관한 이야기와 힘든 점들에 대해 미리 알려주시고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얘기하라고도 해주고 가셨다.


시골에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원주민의 갈등과 텃새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도 외지인인 데다 젊은 나이라 처음엔 내심 걱정하곤 했는데 의외로 마을에 젊은 사람이 들어오는 걸 굉장히 환영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더 마을에 많이 유입되길 바라셨는데 옛날에 부흥했던 마을이 지금은 빈집도 많고 낙후되는 모습이 안타까우셨나 보다. 과거에 부흥했던 곳이라 그런지 모두 떠나고 변해가는 세월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래서인지 우리 같이 젊은 사람들이 모여 점점 더 마을이 발전하길 바라셨고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 주신 것 같다.


우리야 묵호가 좋아 무작정 떠났지만, 만약 단기 거주가 아닌 귀촌이나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미리 후보지를 정해 여러 번 방문해가며 동네 분위기를 미리 파악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들은 막상 시골에 가면 주변 이웃과 가까이 지내는 게 어려울 수 있기에 본인이 원하는 생활을 충분히 고민해본 뒤 마을과 약간 떨어진 지역으로 갈 건지 아니면 이웃이 있는 곳으로 갈지 결정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위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을 조합 분들과 종종 대화도 나누고 음식도 나누면서 지냈는데, 그렇다고 적극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마을 조합엔 가입하지 않아 완전히 공동체에 들어갔다고 하긴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마을에서 고립되지도 않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관계였는데 도시의 익명성이 편했던 우리에겐 이 정도 선이 좋았던 것 같다.


이제 청소를 포함해 모든 마무리가 끝나고 블로그와 예약 창을 통해 예약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분들과도 인사 나누며 조금씩 강원도 생활에 적응하고 드디어 기다리던 오픈 날이 왔다! 그동안 알게 된 마을분들께 떡을 돌리며 가게 오픈을 알렸고 그날이 2017년 6월 17일, 회사를 떠난 지 약 3개월이 돼가던 시기였다.


시골 작은 가게의 부부 사장님 탄생


신혼 때 살았던 집의 전세금을 모두 털어 집을 사고, 그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통장 8,000만 원까지 뚫어 리모델링한 가게다. 다시 생각해봐도 무모하고 리스크가 큰 도전이었지만 망해도 젊을 때 망해야 다시 일어선단 생각으로 벌린 일이다. 단, 혹시라도 우리와 비슷한 꿈을 꾸는 독자가 있다면 요새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 지원자금과 멘토링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으니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 알아보고 활용하길 추천한다.


여하튼, 가끔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걱정으로 가득 찬 날도 있었지만 전에는 잘 몰라서 안 해도 될 걱정을 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만 고민하면 되겠다! 시골의 작은 가게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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