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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북동부 지역에서 침술의 원형이라고 할 원초적인 침이 발견되었다. 중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의 침의 실물이 기원전 2세기경에 제작된 것인 반면, 두만강 인근 소영자 유적에서 출토된 침은 기원전 10세기이전까지로 소급된다. 유사한 침의 유적이 소영자 유적 이외에도 북한의 나진, 중국의 훈춘, 러시아 연해주 등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곳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것이다. 고구려 지역의 침술이 뛰어났다는 중국과 일본의 기록은 이러한 원인의 결과일지 모른다. 침술은 약초학과 함께 동양의학의 양대 산맥이다. 인간에게 있어 먹는 문제가 해결될 경우 자연히 뒤따라오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질병에 대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경남 창령 비봉리 유적에서는 태풍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배가 발견되었다. 제작연대가 8000년 이전까지 소급되는 신석기 시대에 만들어진 유물로 금속기의 도움없이 정교하게 소나무의 속을 파내서 만든 길이 4미터에 이르는 배였다. 세계 각지에서 뗏목과 유사한 배의 원형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을 것이라 추정할 수 있지만, 비봉리의 배는 규모와 제작 기법에 있어 특기할 만하며 제작연도 역시 세계 최고라 할 만한 것이다. 배는 바퀴와 더불어 인류의 가장 중요한 이동 수단의 하나이다. 대항해의 시대 이래 근대에 들어오면서 배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바퀴의 발명에 대한 경외감 넘치는 숭배야말로 전륜성왕이라는 칭호와 인도의 국기에 등장하는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스키의 기원에 대해서는 노르딕 스키의 산지인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알파인 스키의 산지인 스위스 등이 먼저 떠오르지만, 놀랍게도 함경남도 지역에서 발견된 2500년 된 스키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키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실물이다. 함경도에서 만주와 몽골과 시베리아를 통해 서쪽으로 스키가 전파되었다는 합리적인 가설이다. 몇 미터씩 눈이 쌓이는 동북지역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최초로 스키가 도입된 것이 1911년이라는 것은 함경도 지역과 비교되는 흥미로운 사실이다. 스키는 눈이 많이 쌓이는 지역에서 매우 필요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이동 수단이 아닐 수 없다.
무기와 제기와 기구를 위한 금속문명의 문을 처음으로 열었던, 인류 최초의 청동기 제작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여러 논란이 치고박고 하겠지만 녹아내릴 재료가 풍부하고 재료를 녹게할 불과 보다 친숙한 시베리아 예니세이 강 유역이 그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만주와 몽골을 거쳐 초원으로 연결되는 지역이다. 은허 지역에서 출토되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청동기 보다 더 오래된 청동기가 고조선의 영토였던 요령성에서 1973년 발견되었다. 문명의 핵심 도구가 될 금속에 대한 통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현재 러시아의 슬라브족과는 별 상관이 없는 연해주 지역에서 기원전 12세기의 제철의 흔적이 발견되어 기존의 기원전 10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제철 기원설을 흔들고 있기도 하다.
동이의 해양의 경험을 담고 있는 신라침반, 처음으로부터 두 번째로 만든 화약, 가장 품질이 좋았던 종이, 최초의 직지심체요절,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길고도 긴 실록, 현존하는 가장 정교한 무늬를 담고 있는 청동 거울, 기념비와 사원과 건축물의 기원으로서의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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