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아무도 없는데’
주말이라 늦잠을 자는데 아내와 아이가 외출했다.
“나갔다 올게”
“그래. 다녀와”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이불을 다시 덮었으나, 어디선가 물소리가 났다.
몸이 무거워 처음에는 무시했으나, 반복되는 그 소음은 내 신경을 거슬렸다.
소리를 따라 화장실로 갔다.
‘누구지’라면서 살피니, 고양이가 변기에 앉아 레버를 내리고 있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물이 나오니 녀석은 신기한지 계속 눌렀다.
변기의 물처럼 세상에는 당신의 시간을 흘려보내기를 원하는 다양한 유혹이 곳곳에 퍼져있다.
그런 것에 미혹되어 소중한 세월을 다 써버리고 난 다음 후회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부자와 가난한 이의 차이는?
돈 많은 이는 금전 걱정이 없이 여유를 즐길 수 있지만, 궁핍할수록 시간을 팔아서 돈을 모았다.
할머니들의 필수품은 고스톱이 아닌 유모차이다.
고향에 내려가 보면, 그들은 유모차로 끌고 움직였다.
다들 골병으로 허리가 굽어 하늘을 보기 힘들다.
부모 세대는 물불 가리지 않고 가족을 부양했으나, 그 대가로 병을 얻었다.
죽음이 다가오고서야 의사에게 있는 돈을 다 내주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사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블랙홀 근처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고 밝혔다.
같은 원리로 중력이 큰 손발은 머리보다 천천히 흐르므로, 수족을 부지런히 사용할수록 세월을 절약할 수 있다.
시간을 아낀다는 의미는 당신이 하루하루 성실히 쌓아온 결과물이다.
칸트의 계획표는 5시 기상, 오후 3시 30분 산책 등 365일 일정하다.
그 철학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쉽게 시간을 건져 올릴 수 있으나,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제풀에 넘어지지 말자.
천천히 갈지언정 멈추지 않으면 시간은 차근차근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즐겁게 하자.
하기 싫은 업무를 즐거운 데이트로 간주하면 천년이 하루와 같다.
우리는 시간을 흘려보낼 때도, 떠밀려 살 때도 있다.
변기의 물처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당신의 자유이나,
신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노루궁뎅이처럼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