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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Oct 10. 2024

엄마! 왜 세뱃돈을 돌려주지 않아

대학교 입학시험을 앞두고, 나는 또 가출했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에 공사장 잡부로 일했다.

어떻게 아셨는지 아버지는 입학 원서 마감일에 일터로 찾아오셨다.

나는 가정 형편도 어렵고, 공부도 안 해서 대학 가는 것은 소용이 없다며 매정하게 말했다.

떨어져도 좋으니, 당신의 소원이라는 말에 원서를 제출했다.

나는 확실하게 떨어지자며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학과에 지망했다.

제정신이 아닌 행운은 OMR카드의 정답에 색칠해서,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다.

인간은 결심은 할 수 있으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결정과 선택을 한다.

둘은 비슷하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전자는 의지가 있는 이분법이 작용하고, 후자는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고르는 문제이다.

예를 들면 배달 음식을 시킬지는 앞의 문제이고, 중식, 한식, 일식 중 무엇을 택하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당신은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에 쫓겨 아무 메뉴를 주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런 결단이 힘들까?

첫째, 어릴 적부터 책임지는 수완을 배우지 못해서.

많은 어린이를 울렸던 세뱃돈으로 살펴보자.

‘엄마를 믿고 맡기면 나중에 줄게’라는 사탕발림에 자녀는 손가락을 걸었다.

막상 아이가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엄마에게 맡긴 돈을 달라고 하면 ‘너를 키우는데 세뱃돈보다 더 들어갔다’라면서 아들딸에게 약속을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런 효과로 어른이 돼서도 자영업자를 울리는 예약 불이행을 해도 미안함이 들지 않는다. 

    

둘째, 자기 주도권이 없어서.

꼬맹이 시절에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맞춰 살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씀대로 따랐고, 회사에서도 간부의 의견대로 했다. 

    

셋째, 모두 다 가지고 싶어서.

결정과 선택은 ‘예’ 또는 ‘아니오’와 같이 둘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

인간의 욕심은 모두 갖고 싶으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한다.

     

결정과 선택이 성패를 좌우할 수 없다.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이유는 대안을 채택했다면 성공했을 거라고 주관적 견해이기 때문이다. 

결정과 선택은 자신이 좌우할 수 없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선물에 가깝다. 

그러므로 상자를 열고 난 후 결과대로 따라가면 된다. 

    

이제 좀 더 세련된 의사결정을 하자.

신중함이 필요할 때는 펜을 들어 장단점을 비교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을 뽑고, 자신의 중요한 가치와 목표로 서열을 세워라.

책임이 덜할 때는 뷔페에 가서 먹고 싶은 메뉴부터 접시에 담듯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라.

미적댄다고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지 말자.

당신은 오늘 하루에도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런 경험은 쌓였다.

당신은 그런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 골랐는데 몇 개만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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