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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Oct 03. 2024

물건에 마음을 주는 순간 휘둘린다

한국에서 5조 원을 판매한 ‘에루샤디’.

그 신조어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디올 순으로 계급을 부여한다는 의미이다.

명품은 허세일까? 아니면 나를 위한 소비인가?

샤넬은 블랙핑크 제니를, 루이비통은 뉴진스의 혜연을 홍보대사로 내세웠다.

명품 기업은 아이돌을 내세워 또래끼리의 소속감을 확산시키고, 그 제품을 소유하면 마치 아이돌 멤버가 되었다는 환상을 심었다. 

고급 제품에 동조하는 분위기는 다른 나라도 엇비슷하다.

합리적 지출을 즐기는 일본에는 ‘란도셀 문화’가 존재한다.

신학기가 되면, 학부모는 네덜란드 군인 배낭에서 유래된 값비싼 그 상품을 사려고 아침부터 줄서기에 바쁘다.

     

명품 회사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들은 가격과 매출, 이익은 공개할지언정 생산량은 비공개한다.

소비자가 수량을 알 수 없으니, 오늘이 가장 싸다는 고가화 전략과 희소성의 원리가 탄력을 받는다.

그들은 구매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분위기 연출에 도가 텄다.

사는 이에게 마법 가루를 뿌려 신데렐라처럼 환대했다.

어깨가 올라간 구매자는 다음 차례로 친구 모임에 갈 것이다.

“어머 지지배. 그 아이템이 어디에서 구했니?”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 의미가 없는 만남이 끝나고 난 뒤 불 꺼진 집으로 들어올 때 아무도 몰라주는 공허가 찾아왔다.

‘내가 미쳤지. 분위기에 취해 과소비한 것이 아닐까’라면서 후회한 적이 없는가.


명품에 빠진 친구를 속물이라고 치부하고, 한편으로는 당신도 갖고 싶다는 이중성에 자책하지 말자.

그것은 선과 악처럼 가치가 개입될 수 없다.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서양에서 명품 소유자는 대부분 개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이민자들이다.

그들은 타국에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고가 브랜드를 산다. 

그들처럼 한국인은 유목인의 습성을 갖고 있다.

상당수가 좋은 학교나 직장을 구하려고 수도권으로 옮겼다.

고향처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안정된 정착민으로 경제적 증명서가 갖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세련된 커리어여성으로 사회적 상징을 하나쯤 가지는 것도 괜찮다.

힘들 사회생활 속에 고생한 자신을 위로하고 싶다면 능력이 되는 범위에서 가져라.

다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지 않는 합리적 씀씀이를 즐기자.   

  

우리는 가방 속에 담긴 자본주의의 흐름을 파악하고, 지혜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패션디자이너는 나올 수 있는 취향은 다 발견했다.

그들은 이야기의 전개가 비슷비슷한 드라마처럼 디테일만 살짝 바꿔 색다른 유행을 만들었다.

1970년대 윤복희 씨의 미니스커트가 요즘에 다시 나오는 것처럼 인기는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들을 따라가는 유행보다 나다운 스타일을 찾는다.

저렴한 물건을 여러 번 구매해 보고, 당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취향과 안목에 기르자.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당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을 찾는다. 

    

소유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새로운 것에 집착하기보다 주변의 존재를 인식하자.

화초를 보고, 미술관에도 가며, 나무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등 존재의 아름다움에 주파수를 맞추자.

명품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마음을 둘까.

물건에 마음을 주는 순간 물건이 사람을 흔들기 마련이다.

소유물은 당신의 인품이 아니다.

명품보다 그것과 어울리는 인격을 갖추자.

멋있는 이는 종이백을 들고 다녀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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