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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Nov 07. 2024

사랑도 면허증이 필요하나요

배우 탕웨이는 「만추」를 찍은 김태용 감독과 결혼했다.

이모저모 조건을 따지는 한국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는 나이도 10살 차이가 나고, 이혼도 한 번 했지만, 그녀는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과감히 혼인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딸은 시집을 가면 자기 가정을 갖는다. 배우자는 늙어서 함께 갈 수 있어서 딸아이보다 먼저다”라면서 낭군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 땅의 포기는 부지런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를 넘어 집, 경력을 단념하는 ‘오포’로 더 나아가 희망, 인간관계도 놓아 버리는 ‘칠포’로 넓히는 데 바쁘다.

배추도 아닌데 포기를 많이 해서, 생필품인 사랑마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 되었다.     


사람은 무면허로 운전하면 처벌을 받는다.

사랑은 폭주해도, 급제동을 걸어도, 안전거리를 미확보해도, 때론 유턴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공법으로만 공략하면 누군가를 좋아하기 힘들다.

나이, 학벌, 외모, 경제력 등을 인간 시장에서 깐깐하게 고른다면 누구를 선택할 수 없고, 선택받지도 못할 것이다.     


당신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데,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마음이 있지만,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이유는

사랑한다는 말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을까 봐

망설이는 당신의 선한 마음씨가 있기 때문이다.     


이젠 호박과 같이 작은 사랑을 시작하자.

호박씨에서 태어난 촉 하나가 지구를 쪼갤 수 있다.

촉에서 변한 떡잎은 가뭄과 추위에 시들 수는 있으나, 죽지 않는다면 새로운 잎을 피울 수 있다.

그런 다음 줄기차게 넝쿨을 뻗으면 언젠가는 기댈 막대 하나를 찾고, 

마침내 인고의 시간은 열매로 보상받는다.     


하물며 호박도 귀하게 여기는데 그것보다 귀한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이가 있어도 당신의 초라한 처지 때문에 감추는가.

힘들더라도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벼운 연애라도 시도하자.

당신은 의지할 곳 하나 없지만, 좌절하지 않고 무한도전을 시도하면 실마리를 잡기 마련이다.

당신이 방법을 찾으면 그때부터 서서히 풀리고,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열매를 맺는다.

꽃샘추위에 겪어야 봄이 오듯 열애를 해봐야 인생의 봄은 온다. 

쓸모가 없는 늙은 호박으로 이 땅의 젊은이에게 도움을 준 것은 없지만, 다른 건 기권하더라도 사랑만큼은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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