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갈등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갈등을 만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갈등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때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서로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정답이 아닐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갈등이 생길 확률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된다면? 지금부터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보자.
사람은 사고를 하는 동물이기에 자신의 합리성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다양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생각의 오류를 범하거나 비합리적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왼쪽의 그림은 tvn '어쩌다 어른'이라는 방송에서 김경일 교수(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의 인지심리학 강의에서 소개한 그림이다. 그림 속 A와 B 중 어느 것이 더 어두운가? 아무리봐도 A가 더 어두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A와 B는 정확하게 같은 밝기를 가지고 있다. 믿기 어렵지 않은가. 눈을 씻고 봐도 A와 B는 밝기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자 그럼 이번에는 다음 그림을 보자.
이제 확실히 보이지 않는가. (사실 나는 믿기지 않아서 직접 그림판에 놓고 A, B 주변을 다 지워보았다.) 주변을 지우면 이렇게 명확하게 보이지만 지우지 않고 보면 주변의 색에 의해서 다르게 인지된다.
과연 이같은 오류는 시각적 인지에 국한된 이야기 일까?
이러한 시각적 인지 뿐 아니라 우리는 감정에 의해서도 판단이 달라진다. 데이비드 랜디(David Landy)와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연구팀의 연구에서는 형사 모의재판에서 희생자의 매력도가 배심원의 판결에 영향이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해봤다. 희생자가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피고인의 형량은 12.9년, 매력적인 경우는 15.77년으로 약 3년 정도의 차이가 났다. 재미있지 않은가. 매력적인 사람의 인생이 더 가치있기라도 한것일까? 아마도 이 질문을 실험에 참여했던 배심원들에게 했다면 백이면 백 모두 '당연히 아니다.'라고 답했을게 뻔하다.
권위와 복종에 대한 실험으로 유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이 지시자의 명령에 따라 한 사람에게(연기자) 전기충격을 준다. 물론 설정된 상황이며 실제 전기충격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16V 부터 시작했지만 점점 강도를 높이도록 지시하여 나중에는 450V까지 충격을 주도록 했다. 450V면 사람이 죽을 정도의 충격임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의 무려 65%가 450V까지 전기충격을 주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이 실험 참가자들은 살인을 한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은 사전 인터뷰에서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할까요?' 라는 질문에 90%이상이 명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는 본인도 모르게 생각지도 못한 판단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실험 후 인터뷰에서 전원 다 실험자에게 책임을 돌리며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 했다. (이 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밖에도 사람의 판단이 늘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밝혀낸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위에서 언급한 주변 맥락 정보, 감정, 상황 뿐아니라 셀 수 없이 많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분명히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채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판단이 베스트가 아니었다는 것을 끝까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위의 밀그램 실험에서 피실험자 전원이 자신 탓을 하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
우리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이 생각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꽉막힌 사람과 관계를 맺기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생각하기 전에 나는 정말로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둔 사람인지 생각해보자.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고 느낄때, 딱 한번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언젠가 지금보다 분명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