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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Oct 23. 2021

건강하지 못한 관계의 정리

지긋지긋한 그 사람, 대체 왜 놓지 못하는 걸까?

갈등 상황이 생기면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관계 자체가 건강하지 못할 때가 있다. 끊임없이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 지속적 외도로 배신감 속에 살아가게 만드는 사람,

폭력으로 몸과 마음을 멍들게 만드는 사람, 가스라이팅으로 정신을 황폐화시키는 사람...


나의 노력으로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다치게 한다면 이걸 직시하고 끊어내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관계로 되돌아간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인관계에도 공식이 있다.



대인관계를 공식화한다는 게 다소 냉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관계도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지되거나 단절된다. Rusbult의 대인관계 투자모형에 따르면 대인관계의 의지는 세 가지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Rusbult, 1980, 1983).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요소는 보상이다. 

관계에 따라오는 보상이 큰 경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한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유용한 정보를 얻는다거나 성공에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 요소는 대안이다. 

이 사람과의 관계 대신에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의 여부다(동일한 혹은 더 나은 보상을 주는 대안). 나를 힘들게 하는 연인과의 헤어짐을 고려할 때 나를 쫓아다니는 괜찮은 사람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그 괜찮은 사람이 바로 대안에 해당한다. 실제로 연예계의 인기스타들에게서 이혼과 결별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도 이 모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참고: 사회심리학의 이해, 한규석 저)



마지막 요소는 투자다. 

그동안 이 관계를 위해 투자해 온 게 크다면 이를 포기하는 게 더 어렵다. 투자에는 시간, 노력, 물적 투자, 심리적 투자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또한 그간의 투자로 인해 얻은 결과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경우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강해진다. 경제학에서 매몰비용이 클수록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아온 연인들의 결별이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사한 기사 참고: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615)

*매몰비용: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을 한 이후에 발생하는 비용 중 회수할 수 없는 비용










3요소 중 무엇 때문에 그만두지 못할까?





위의 3요소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관계를 정리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사람'은 무엇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함에도 불구하고 옆에 두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보상이 있나? 

있다면 어떤 보상일까?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다양하다. 물질적이든 정서적이든 어떤 면이라도 나에게 주는 이점을 생각해보면 된다. 


아니면 나에게 대안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어쩌면 동일한 보상을 주는 대상이 어디엔가 있을 텐데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그만한 대안은 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동안의 투자가 너무 커서 일까? 

어떤 주식은 더 떨어지기 전에 '지금' 파는 게 가장 덜 손해 보는 주식도 있다. 버티고 있다가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좋은 사람들은 많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그 관계가 나를 망치고 있다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기가 어렵다면 위의 3요소를 통해 살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그 관계를 바라보자. 


어쩌면 생각보다 그 관계가 주는 보상이 내가 받는 신체·정신적 고통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고, 걱정하는 것보다 그 관계를 대체할 무언가를 더 쉽게 찾을지도 모르며, 알고 보면 더 가치 있는 투자처가 널려있는지도 모른다. 


눈을 돌려보면 아직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에 빠져있다 보면 좋은 사람들이 눈에 잘 안 들어올 수 있다. 


진흙탕에 발이 빠지면 그 발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주변을 보기 힘들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진흙탕을 벗어나는 게 나에게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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