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새인 Feb 17. 2021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



하지 말라면 좀 안 하면 좋을 텐데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 더 하는 경우가 생긴다. 참 속 터질 일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갑자기 그 일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아담과 이브도 선악과를 따먹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런 비극적 결말까지 가게 된 것 아니겠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걸까?










통제력 상실에 대한 저항



자신의 의견이 강요당하거나 자신이 통제력을 상실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사람은 심리적 저항(Reactance)이 일어난다. 심리적 저항이란 강하게 금지시킬수록 소유 욕망이 더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심리적 저항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저항을 칼리굴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도 한다. 1979년 미국 보스턴에서 칼리굴라 황제의 생애를 그린 영화 <칼리굴라>의 상영을 금지하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자 이 영화의 제목을 따서 금지된 것에 끌리는 심리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지된 것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실험이 EBS에서 진행되었다. 

쌀 과자, 강냉이, 건포도 등 8가지 간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한 후 중간 정도의 선호도를 보인 말린 망고와 건포도를 선택해 1주일 동안 말린 망고는 자유롭게 먹도록 하고 건포도는 먹지 못하도록 한 실험이었다. 1주일이 지난 후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건포도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포도가 가지고 있는 속성은 동일한데 선호도는 높아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 먹고 싶은 욕구를 강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는데 결과는 모두 같았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2792&cid=51615&categoryId=51615)






통제력을 두고 벌어지는 줄다리기


결국 갈등은 '상대방을 변화 혹은 통제하고 싶은 사람 vs 타인에 의해 움직이고 싶지 않은 사람' 이 두 사람 사이의 대격돌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도이든, 그게 설사 선의로 인한 강요이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게 된다.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아쉽지만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이 말을 듣고 '맞아.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나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해 주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그건 '이 말' 때문이 아닌 다른 동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말은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말로 포장되어 있는 통제와 강요라는 걸 사람들은 귀신같이 느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고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에 있어서는 그리 효과적인 말은 아니다. 







통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도록 


누군가에게 변화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강요와 통제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혹시 당장은 상대방이 내 뜻대로 바뀐 것처럼 보일지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강요를 통해 본인의 자유가 침해된 것처럼 느끼는 순간 갑자기 안 먹던 건포도가 먹고 싶어 지듯 그 행동이 강화되는 뜻밖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내가 말했으니 --> 변해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했으니 --> 변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아니라, 변해야겠다고 본인이 느끼도록 변화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그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나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를 바꾸는 건 어렵다. 

짠! 하고 마법처럼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동안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끼는 누군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건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잠시 멈추어 내가 먹지 못하게 한, 그래서 더 먹고 싶어진 건포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전 11화 백번 잘해도 한번 실수하면 도루묵인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