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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

by 송새인



하지 말라면 좀 안 하면 좋을 텐데 마치 약 올리기라도 하듯 더 하는 경우가 생긴다. 참 속 터질 일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갑자기 그 일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아담과 이브도 선악과를 따먹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런 비극적 결말까지 가게 된 것 아니겠는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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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 상실에 대한 저항



자신의 의견이 강요당하거나 자신이 통제력을 상실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사람은 심리적 저항(Reactance)이 일어난다. 심리적 저항이란 강하게 금지시킬수록 소유 욕망이 더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심리적 저항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적 저항을 칼리굴라 효과(Caligula effect)라고도 한다. 1979년 미국 보스턴에서 칼리굴라 황제의 생애를 그린 영화 <칼리굴라>의 상영을 금지하자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자 이 영화의 제목을 따서 금지된 것에 끌리는 심리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지된 것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실험이 EBS에서 진행되었다.

쌀 과자, 강냉이, 건포도 등 8가지 간식을 아이들에게 제공한 후 중간 정도의 선호도를 보인 말린 망고와 건포도를 선택해 1주일 동안 말린 망고는 자유롭게 먹도록 하고 건포도는 먹지 못하도록 한 실험이었다. 1주일이 지난 후 아이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건포도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포도가 가지고 있는 속성은 동일한데 선호도는 높아진 것이다. 아이들에게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 먹고 싶은 욕구를 강화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실험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는데 결과는 모두 같았다.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2792&cid=51615&categoryId=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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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력을 두고 벌어지는 줄다리기


결국 갈등은 '상대방을 변화 혹은 통제하고 싶은 사람 vs 타인에 의해 움직이고 싶지 않은 사람' 이 두 사람 사이의 대격돌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도이든, 그게 설사 선의로 인한 강요이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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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아쉽지만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이 말을 듣고 '맞아. 나를 생각해서 이렇게 나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해 주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그건 '이 말' 때문이 아닌 다른 동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말은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말로 포장되어 있는 통제와 강요라는 걸 사람들은 귀신같이 느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심리적 저항이 일어나고 의도했던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은 상대를 설득하는 데에 있어서는 그리 효과적인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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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도록


누군가에게 변화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강요와 통제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혹시 당장은 상대방이 내 뜻대로 바뀐 것처럼 보일지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강요를 통해 본인의 자유가 침해된 것처럼 느끼는 순간 갑자기 안 먹던 건포도가 먹고 싶어 지듯 그 행동이 강화되는 뜻밖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내가 말했으니 --> 변해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말했으니 --> 변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아니라, 변해야겠다고 본인이 느끼도록 변화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그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나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를 바꾸는 건 어렵다.

짠! 하고 마법처럼 사람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동안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는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끼는 누군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건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잠시 멈추어 내가 먹지 못하게 한, 그래서 더 먹고 싶어진 건포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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