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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Mar 06. 2023

6급 공무원, 그만두기로 결심하다.

6급 공무원은 편해서 안 그만둔다고요?


작년부터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그것도 공무원 직렬 중에 워라밸이 가장 잘 구현되어 있다는 교육행정직.



요즘 신규공무원들의 초기 면직률이 꽤 높다고 한다.

미련 없이 등 돌리고 떠나는 mz세대 공무원들이 많아져서 인 듯싶다.

공직에 들어와 보니 그간 꿈꾸었던 직장모습과는 달라, 빨리 마음 접고 떠난 이들이 대부분이리라.



퇴사, 퇴직, 의원면직으로 검색해 보면 5년 차 미만 공무원들의 퇴사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야흐로 대퇴직의 시대다.



그런데 의외로 6급 공무원의 퇴직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6급 공무원들은 직급이 높아져서 '편하게 꿀 빨면서 설렁설렁' 일하기 때문에 퇴직을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그만두고 싶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반응은 딱 2가지였다.



-미쳤어?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둬~? 

-나도 그래. 근데 그런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라는 두 가지 반응.



전자는 공직 외부에 있는 지인들의 반응이고 후자는 교육행정직에 몸담고 있는 선배, 후배, 동기들의 반응이었다.



일하는 당사자들은 어려움이 많은데, 밖에서 봤을 때는 마냥 편하고 좋아 보이는 직업이 바로 우리 교육행정직이 아닌가 싶다.



긴 고민 끝에 지난 주말, 의원면직을 결정하면서 면직 시기는 2022년 12월 31일로 정했다.



우선 학교 행정실은 소수의 인원이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발령(정기인사가 아닌 발령. 1월 1일, 7월 1일)이 날 경우에 후임자를 배치해주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나는 떠나겠지만 남아있는 직원이 그 일을 모두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행정실은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만두면 차석주무관이 독박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나로 인해 저연차의 주무관에게 너무 업무 부담이 전가되면 그의 공직생활도 고될 것 같아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어 안달복달하고 있지만- 내가 5개월 반만 더 참으면 되는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그렇게 결심했음에도 일요일 밤이 되고 나니 어차피 그만둘 거 당장이라도 관두고 월요병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력 날짜나 세고 있고;;;

종이에 7, 8, 9, 10, 11, 12를 차례로 적었다. 퇴직일까지 남은 달들.

7월은 10일, 8월은 22일, 9월은 20일, 10월은 19일, 11월은 22일, 12월은 22일.

달력을 펼쳐놓고 공휴일을 제외한 출근일을 하나하나 세어봤다.

퇴직일까지 남은 날들 115일.



115번만 출근하면 된다. (오늘도 다녀왔으니 114번 남았다.)

휴가 몇 번 쓰면 더 줄겠지.





너무너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그만둘 수 없는 현실에 치여 너무 힘들고 답답했었는데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의원면직. 그 고민의 시작과 끝. 과정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202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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