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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Mar 06. 2023

매일 검색창에 공무원퇴직을 검색해본다.

검색창이 마르고 닳도록-

매일 검색창에 '공무원 퇴직'을 검색해본다.

내가 의원면직을 결정하기 전에도, 결정한 후에도 누가 나한테 숙제를 내 준것처럼 매일 검색을 하고 있다.

어차피 내 삶의 결정은 내가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해도 내 몫인데 내 결정을 도와줄 무언가 신묘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직까지도 매번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그런 행동의 내면에는 나의 불안한 마음이 숨어있는 것 같다.

내 손에 쥐고 있는 공무원이라는 열매를 놓아야 다른걸 맛볼 수 있는건데 놓아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쥐고있기는 싫고 그런 양가감정에 휩싸여있다.


내 선택이 맞나.

남들은 되지 못해서 안달인 공무원인데(우리 남편도 항상 내 자리를 자기에게 달라한다.) 이렇게 놔버리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고.


지금은 모아둔 돈도 있고, 돈 벌어오는 남편도 있지만 혹시라도 모아둔 돈이 떨어지고, 남편이랑 헤어지게 되면 공무원을 그만둔걸 후회하게 되진 않을까 싶어서 지레 겁도 먹게 된다.


요즘 공교롭게도 퇴직자들이 쓴 책을 여러권 읽었다.

아무래도 내 온통 관심이 퇴직이기 때문일테지만 오늘 읽은 책에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었다.



제목부터 부러운 책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고 하고싶은 말도 뒤로 미룬다.
그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뿌리며 후회한다.
-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편성준, 윤혜자)


직장은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이고, 그걸 옮기고 그만두고 하는 결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 결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하고 그 책임 또한 내가 지는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매번 갈림길이라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는 놓아야한다.

공무원의 일이 힘들고 싫다면, 공무원의 타이틀도 내려놓아야한다.


주변에선 지금 그만두기 너무 아깝다고, 그 편하고 좋은 직장 왜 그만두냐고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하지만 그 일이 어떤건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가장 맞는지도 내가 제일 잘 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사회적 평판이 아닌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나니 선택이 쉬워졌다.


- 나는 지금 행복한가.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한가.

-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할 수 있는가.

- 10년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무원이 될 것인가.

- 아이가 이 일을 한다고 하면 추천하겠는가.


그 정답은 남이 아닌 내가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정도 내가 한다.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긴 했지만 일하는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달라져서 일하기 조금 힘든 하루를 보냈다.


선생님들이 올린 품의서를 결재하면서도 예전엔 하나하나 검토하고 잘못된게 있으면 다시 수정하도록 안내하고 사소한 내부결재 문서를 하나 작성해도 항상 법제처에서 관련법령을 체크했었다.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더라도 내가 근무하는 동안 좀더 시스템을 편리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는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사람 사이에 조율이 필요하기도 해서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제 난 곧 떠날꺼니까. 이제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니까' 하는 마음이 생기니 자꾸 덜 신경쓰게 되고 애써 외면하게 된다.


나는 5개월 1주 후면 이 곳에 없을꺼니까.

탈교행의 그날을 기다리고 기대해본다.



202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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