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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Mar 08. 2023

자기계발 유튜버가 퇴사병 말기 공무원에게 끼친 영향

'나중'은 언제 올까. 아니, 오기는 하는걸까.


작년 겨울, 켜켜이 쌓였던 업무스트레스와 교사와의 갈등과 교사편을 드는 교장과 낮아질대로 낮아진 자존감이 3박자 4박자를 갖춰 폭발했을때, 나는 당장이라도 그만두겠다고 미쳐 날뛰고 있었다.

과잉된 감정은 누가 불덩이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이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고, 화가 났다가 우울했다가 슬펐다가 무기력했다가를 반복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지금 퇴직하면 나중에 받을 수 있는 퇴직연금을 조회했더니 60만원이 조금 넘었다.(60만원 언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받을 수 있는 퇴직수당이 있는지 알아보고 홈페이지에서 의원면직 신청 서류를 다운받아 작성하고...

마음만 앞장서서 그렇게 빨리 때려치우라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곧이어 겨울방학이 되면서 교사들이 출근을 안하고 교장선생님을 안봐도 되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폭발했던 감정들이 조금 추슬러졌고 무엇보다 같이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합이 잘 맞을때라서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동안만 버텨보자.'고 다짐하며 어찌어찌 면직시기를 조금 유예시킬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만둬야지 싶었을 때 섣불리 퇴직원을 바로 내지 못했던 건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주저하게 했던 건 퇴직이후에 무얼하며 살아야할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를 모르고 살아왔다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아니니, 공무원을 그만두고 다른 무언가를 하긴 해야할텐데 십수년간 정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살아온 것이다. 공무원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만 믿고...)


남들은 내 직업만 듣고 '너무 좋은 직업이다. 여자에게 딱이다. 애엄마가 하기에 제격이다. 너무 부럽다. 대단하다.'라고 치켜세웠지만 내가 속 빈 강정이라는 건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살아온 세월이 허무했다.

시류에 맞춰 분위기에 따라 아무 생각없이 공무원 열풍에 몸을 싣고, 공무원이 되고는 내 꿈을 다 이룬 것 마냥 살아온 시간들이 허무했다.


나는 내가 40대가 되면 모든 것에 초연해지고 모든 것을 알며 내 모든 꿈을 다 이루고 내내 평안할꺼라고 생각했었다.(이제는 안다. 이건 60대가 되어도, 죽기 직전이 되어도 안되는 거라고.)

나는 내내 부족한 사람이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지 생각조차 안하고 대충대충 살아온 사람이라는걸 깨달았다.

(태어났으니까 그냥 사는 사람이 다른데 있는게 아니었다.)


당장 그만두진 않더라도 이제라도 내 꿈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내가 행복한 일을 찾고 싶었다.


나는 마음이 답답하고 고민이 많아지면 책을 찾아 읽는다. 책도 읽고 검색도 하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그러던 중에 어떤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얘길 하는거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줄 알았네...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그중에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으라'고 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해서 몹시 불행한 상태의 나'는 그의 메시지에 위로받았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요즘 돈버는 법을 알려준다는 유튜브가 많다 못해 넘쳐나는데, 그런 류의 이야기를 하는 유튜버는 아니다. 부자되는 법, 돈 버는 법, 조회수 터지는 유튜브영상 만드는 법, 투자하는 법, 스마트스토어하는 법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내내 일하지 않아도 자는 동안에도 수익이 쌓인다는데... 충분히 눈 돌아갈 수 있는 이야기다.)

물론 출근하는게 죽을만큼 힘든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만큼 솔깃한게 어디 있겠냐마는 '세상에 쉽게 돈버는 방법이란 없다.'고 생각하면 그런 현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30세대를 위한 자기계발 영상이나 서적은 참 많은데 40대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지금껏 조금 소외되어 온 듯 하다. (아, 최근 MKTV의 김미경 강사님이 마흔수업이라는 책을 내고 40대들을 위한 강의에 주력하고 계시는걸로 안다.)

40대도 자기계발은 필요하고 40대라고 인생의 완성형은 아니다.

나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40대도 있다. 


20대는 20대 나름의 불안함과 고민이 있겠지만 나는 그때 불안하지 않으려고, 고민하지 않으려고 너무 쉽게 인생을 결정해버려서(물론 그때도 고민은 했지만 가급적 매번 쉬운 길을 택했다.) 지금와서 40대에 고민하고, 40대에 백수가 되려하고, 40대에 꿈을 찾으려 한다.


공무원이라는 타이틀, 안락함, 안정을 내려놓고 꿈을 찾고싶은 무모한 40대도 여기 있다.

젊음이 깡패라고. 나도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야 더 잘할 수 있겠지.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와 영상들을 하도 많이 봤더니 자기계발 전도사 같은 느낌이 글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드로우앤드류'의 책, 럭키드로우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몇 개의 구절을 옮겨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
하지만 그 '나중'이 대체 언제 올까? 오기는 할까?
우리의 20대와 30대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40대와 50대도 마찬가지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일들이 있다.
이것이 내가 여전히 성장중인 '나'라는 우량주에 오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진짜 이유다.

- 럭키드로우, 드로우앤드류


202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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