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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하는 이유 2 [무대가 아닌 곳에서]
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을 좋아한다. 말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때에 따라 사랑으로 보듬기도 하고 가끔은 쓴소리도 내뱉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대방의 눈빛을 볼 때마다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 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히어로 물의 영화를 볼 때마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능력을 지닌 히어로일까?”를 많이 상상했다.
왠지 어른이 되었을 때, 거미에 물리든, 번개를 맞든, 어떤 식으로도 짠! 하고 능력이 하나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거미줄을 쏘거나 번개를 내리치는 능력만큼이나 큰 능력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가진 큰 능력은 말재주였다.
처음에 내가 능력을 인지했을 때는 어떻게 사용할 줄 몰랐다. 그래서 능청스럽게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받거나, 시장에서 가격 흥정을 할 때만 사용했었다. 친구들은 “준기는 말하는 능력을 나쁘게 쓰면, 백프로 사기꾼이 될거야" 라며 나의 말재주를 칭찬해 생각해주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을 가장한 사회자라는 직업을 만나게 되었다. 능력에 완전 날개를 단 격이었다. 물론 무대에서 능력을 발휘 못했던 때도 있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자, 무대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친구들은 “준기는 진짜 다 모르겠는데, 딱 무대에서만 진짜 멋있는 사람으로 보여”라고 인정해주었다. 무대에서 능력을 발휘할 때 난 매우 행복했다.
그때쯤 ‘이 능력을 무대가 아닌 장소에서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한 친구가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했다.
“제가 왜 준기님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오늘도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예전에 사회 보시는 모습 봤는데 한번 직접 만나보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실제로 눈앞에서 우울증을 고백하는 사람을 태어나서 처음 만난 날이었다. 약기운에 눈을 풀렸고, 자존감이 느껴지지 않은 낮은 톤의 목소리는 처음에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때 내 초능력이 발휘되었다. 3시간 동안 우리는 여러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야기 말미에 그의 눈에는 총기가 그리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에너지 받고 갑니다! 이 시기를 잘 견뎌볼게요! 감사합니다. 파이팅! 다음에 커피는 제가 살게요!”라고 말했다. 말의 힘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초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나 역시 삶에 지친 그들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말로써, 누군가의 삶을 살리고 싶다.”
이것이 무대가 아닌 곳에서 말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