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욕탕을 잘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매주 주말마다 가급적 가곤 했지만,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다.
장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전화가 곧 ‘일의 시작’이다.
언제, 어느 때 전화가 올지 모른다.
그래서 장의사들은 목욕탕에서도 휴대폰을 들고 들어간다.
수건에 말아 가까운 곳에 두고, 귀로는 늘 벨소리를 의식한다.
그렇게 살다 보니 삶의 패턴도 달라졌다.
잠결에도 귀신같이 반응하는 건 오직 전화 벨소리뿐이다.
아이가 우는 소리, 쿵쾅거리는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으면서도,
벨소리에는 번쩍 눈이 떠진다.
예전에 아내가 물었다.
“아기가 깼을 때 일부러 안 일어나는 거야?”
“아니, 나 진짜 못 들었는데?”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밤을 새우고 며칠씩 잠을 못 잔 상황에서도
전화만 울리면 총알같이 일어나니 말이다.
이제는 아내도 안다.
나를 깨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화를 거는 것’이라는 걸.
아내는 종종 농담처럼 말한다.
“당신이 전화를 안 받는 경우는 딱 두 가지야.
일을 하고 있거나… 사고가 났거나.”
그만큼 전화는 내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입관을 진행할 때도 나는 항상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제가 장의사이다 보니 언제 전화가 올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입관 중에 전화가 울리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족분들처럼 힘든 일 겪으신 분들이니 전화가 오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