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승진 Oct 17. 2023

어떻게 배울 것인가? 전략편④

https://youtu.be/TbDzGp6cDm4


인출이란 뇌에 저장된 정보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기억은 자주 인출할수록 더 명확해지고 접근하기도 쉬워집니다. 독서모임을 해 보신 분들 계시죠. 혼자서 읽은 책과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바로 인출 기회의 차이 때문입니다.

독서 토론은 여러 주제와 질문을 놓고 생각을 나눕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에 대해 이야기도 해 보고, 해석이 다른 부분에 대해 토론도 해 보고. 책에 대한 간략한 총평도 나누곤 하죠. 이처럼 독서토론을 통한 잦은 인출 기회가 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만듭니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인출 방식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다시보기’입니다. 관련된 부분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기억을 재생시키는 방식이죠.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교과서를 다시 읽거나, 필기한 노트를 다시 보는 것입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것도 ‘다시 보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힌트 활용하기’입니다. 앞선 강의를 떠올려볼까요? 자기주도학습 가운데 ‘동기’와 관련하여 보상 회로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보상회로는 ‘이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는 뉴런의 집합체라고 했습니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무엇일까요?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래서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① 엔돌핀 ② 코르티솔 ③ 도파민


기억이 나셨나요? 답은 3번 도파민입니다. 이처럼 ‘힌트 활용하기’는 제공된 단서를 매개로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입니다. 기억 속에서 맴돌기는 하는데 바로 인출되지 않는 경우. 힌트는 접근단서가 되어, 뇌가 기억을 찾는 부담을 줄여줍니다.


세 번째 방식은 ‘스스로 떠올리기’입니다. 자신의 뇌에 남아있는 기억들을 샅샅이 탐색하고 단서를 수집해서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는 방식입니다. 한 번 해볼까요. 질문을 드릴 테니 1~2분 정도 충분히 떠올려보십시오.


                                <질문:  경쟁의 두 가지 유형과 각각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


쉽게 떠오르신 분도 있고 그렇지 않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 정답은 구조적 경쟁과 의도적 경쟁으로 구조적 경쟁은 외부 상황에 의해 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 의도적 경쟁은 개인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스스로 떠올리기’ 방식이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겁니다,


이쯤이면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세 가지 인출 전략 중에 가장 기억에 효과적인 것은 무엇일요? 바로 ‘스스로 떠올리기’입니다. 그래서 학습전략⑦ 자주 인출하되, 스스로의 힘으로 인출하라 입니다.

우선 ‘다시보기’ 방식은 외부 정보에 의존한 상태로 기억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기억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반면, ‘힌트 활용하기’는 외부 정보와 내부 기억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기억을 활성화하는데 보다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그러나 ‘힌트 활용하기’보다 더 수준 높은 노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스스로 떠올리기’ 방식입니다. ‘스스로 떠올리기’는 어떠한 외부 단서도 없이, 전적으로 뇌에 있는 단서들을 활용하기 때문이죠.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뇌는 더 활성화되고 뉴런 연결망은 더 효율적으로 견고해집니다. 앞서 ‘바람직한 어려움 효과’ 기억나시죠? 이 효과는 ‘스스로 떠올리기’에서 가장 극대화됩니다. 


‘반복해서 교재 읽기’가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한 것도 단순히 ‘다시보기’ 인출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는 ‘스스로 떠올리기’ 인출방식을 적용한 Tip⑬ 스스로 테스트하기가 훨씬 많은 것을 뇌에 남깁니다. ‘스스로 테스트하기’란 학습한 내용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해 봄으로써 뇌에 인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교과서에도 이런 원리가 담겨있는데, 단원이 끝날 때마다 핵심 질문들이 제시되어 있어서 스스로 테스트에 활용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1 수학교과서 단원정리를 볼까요. 

‘이 단원에서 알게 된 동류항의 뜻, 성질, 법칙을 정리해 보자’라는 질문들이 보입니다. 해답지를 보거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에 앞서, 스스로 치열하게 답을 작성해 보면 핵심 개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억에 남길 수 있습니다.


교과서 목차를 활용해 테스트를 치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의 모든 교과서는 그 단원의 핵심 개념을 제목으로 삼아 목차를 구성합니다. 목차를 질문 삼아 핵심 내용을 자세히 인출함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이해 못하고 있는지도 점검하게 됩니다. 바로 ‘메타인지’ 능력도 성장하는 것이죠.

Tip⑭ 예상 시험문제 출제하기도 좋은 인출 전략입니다. 혼자서 할 수도 있고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담임을 맡았을 때는 종종 학급아이들과 ‘예상 시험문제 출제’ 팀을 꾸렸습니다. 학급에서 만든 시험지로 함께 공부도 하고,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어 직접 해설도 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시험 문제를 출제해 보는 과정도, 다른 친구들이 출제한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도, 그리고 친구들에게 정답을 풀이해 보는 과정도, 모두 최고의 인출 전략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예상시험문제를 출제해 보는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시험문제를 틈틈이 출제하는 습관이 쌓이면, 누적된 예상문제를 바탕으로 더 밀도 있는 시험 대비도 할 수 있습니다.


Tip⑮ 백지학습법이라는 인출전략도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제자 중 하나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자율학습 시간에 빈 종이에, 배운 내용을 하나하나 요약하고 정리하는 이 방법을 즐겨 활용하고는 했었습니다. 적어 내려가다가 막히는 지점이 생기면 이 부분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구나. 체크해 두고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집중 정리하고는 했죠. 뛰어난 인출 전략이자 ‘메타인지’ 학습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제가 이 강의를 한번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이러한 복습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저장전략도 되고 인출 전략도 되는 뛰어난 학습법입니다.

참고로 저의 경우는 무언가를 쓰기보다는 Tip⑯ 사고구술법(선생님 되어보기)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앞에 학생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한 수업을 회상하며 입으로 자꾸 설명해 보는 것이죠. 막히는 지점이 있거나 설명이 쉽지 않은 부분은 체크해 두고 다시 학습하고, 또 설명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예시도 보완합니다. 이렇게 쓰는 것보다 말로 설명하는 것은 더 빠른 속도로 인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고구술법’을 학생입장들에게 가르쳐 줄 때는 선생님 되어보기’로 소개합니다. 스스로 선생님이 되어 중요한 학습 개념들을 설명해 보는 것이죠.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는 부분과, 추가적으로 복습이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너무 쉽게 ‘답안지를 보는’습관이나, 똑같은 문제 유형을 반복해서 푸는 학습 습관이 있다면 꼭 고쳐가야 합니다. 답안지라는 외부 단서에 쉽게 의존하는 인출방식으로는, 또 뇌를 자극하지 못하는 단순 반복으로는 뇌에 남길 수 있는 것이 결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 사진을 볼까요? 저의 아이가 학습한 덧셈풀이 문제지입니다.

동일한 덧셈유형 풀이를 반복함으로서 셈에 능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문제 유형을 반복해서 푸는 것은 뇌를 자극하지 못한다고 말씀드렸었죠. 아이에게 확인해 보았습니다.  


“정의야. 이 덧셈 하나씩 하나씩 다 풀었니? 아님 중간부터는 그냥 쭉 썼니?”


답은 아이의 웃음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이러한 방식은 어린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특히 수학 교과서에는 한 단원의 내용을 암기하고 동일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 연습하는 방식이 집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말 시험지는 여러 문제가 뒤섞여 나오죠. 결국 이것이 어떤 종류의 문제인지 구분하고 적절한 해법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학습전략⑧ 인출 연습에 다양한 변화를 주라 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는 Tip⑰ 여러 단원의 문제 유형을 섞어 풂으로써 ‘바람직한 어려움’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 과목을 너무 집중적으로 몰아서 공부하기보다는 Tip⑱ 두 과목 이상을 번갈아 공부하며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하나에만 집중하여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집중적인 반복을 통해 빠르게 익숙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망각 역시 빠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 필요할 때 이를 떠올려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조금 더 힘이 든다 하더라도,  연습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학습들과 교차해 변화를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인출을 이야기하다보면 제게 꼭 떠오르는 것은 바로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기돼지 삼형제는 저 마다 자신의 집을 짓습니다. 첫째는 짚으로 집을 지었고, 둘째는 나무로 집을 지었습니다. 다만, 셋째는 형들의 비웃음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벽돌로 집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은 집이라고는 막내의 벽돌집뿐이었습니다. 우리의 기억도, 공부도 막내의 벽돌집과 유사합니다. 우리의 뇌는 힘들게 노력을 기울인 내용만 기억에 남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오거든, '내가 지금 벽돌집을 짓듯 튼튼한 공부를 쌓아가고 있구나.' 라고 스스로를 믿어보시면 어떨까요?


- 실천편①에서 계속

이전 09화 어떻게 배울 것인가? 전략편③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