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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 Feb 07. 2024

학폭 7년차 입니다.

곧 8년차 될 예정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2012년 2월이었다.

학교는 시기 마다 소위 '좀 뜨는' 업무들이 있는데 당시에는 '영어업무'였다. 대부분 학교에 원어민이 채용됬고, 영어전문강사도 많이 있었기에 그 당시 영어업무는 참 쉽지 않은 보직이었다.


당시 갓 2년차였던 나는 첫 보직으로 영어를 부여받아 좌충우돌 열심히 해냈고, 별 문제가 없다면 2013년도에도 영어업무를 하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장님이 날 찾아오셨다.


"학교폭력업무가 시작될꺼야. 모두 선생이 그걸 좀 맡아줬으면 하는데. 이 업무 학교에서 오래 못갈꺼야. 그냥 내가 많이 도와줄테니까 일년만 고생해줘."


"아... 넵"


나는 당찬 MZ도 아니었고, 사실 이 업무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학교에 첫 도입되는 업무다시피 했으니까 말이다. 당시 영어업무가 버겁게 느껴졌기에 그것보다 어려우랴 했다. 그렇게 나는 학폭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미처 몰랐다. 학폭을 맡는다는 건 교직 생활 내내 내 커리어의 영원한 꼬리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학폭 업무가 얼마 못갈 것이라고 호언하던 부장님은 이제 교장님이 되셔서 나에게 되려 학폭 업무를 물어보신다.


(교장선생님, 7년째 사라질 기미는 없습니다만..ㅎㅎ)


내가 전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했다는 '대단한 경력'은 학교를 옮겨도 무성한 소문처럼 항상 따라다녔다.


"선생님 학폭담당했어?"


(교감선생님의 흐뭇한 미소란)


경력 12년차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나는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고 학폭 업무를 손에 놓아본 적이 없다.

이제는 경력도 과년한 교사라 학폭담당에 더불어 생활부장 업무까지 꿰차고 말이다. 학교에서 학폭업무가 나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절대 이 업무에 발을 담그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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