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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Jan 03. 2020

10. 생리통, 엄청난 생리양, 수면 장애를 지나왔다.

타인의 불편에 대해 이해하는 삶

20대에 임용 시험을 쳤다. 그 당시 나는 임용 시험에서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억울하게 여기진 않았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젊은이들의 학업을 2년 간 중지시키고 나라를 위해 일하게 했으면 그런 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학한 남자 선배들이 2년 간 잊어버린 지식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판단이 맞다고 느꼈고,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나는 여성이고 출산을 하였지만 생리, 출산 등은 의무가 아니다. 생리는 성별에 따라 타고나는 것이고, 출산은 선택이기도 하다. 따라서 임용 시험처럼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에서 가산점을 줘야 하는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왜 나는 생리통의 심각함과 엄청난 생리양에 따른 고통을 적어야 한다고 결심했을까? 왜 생리통과 생리양으로 인해 수면 장애를 겪어야 했고 이것을 이렇게나 글로 적고 싶어 했을까?(물론 이것은 내가 마음대로 내린 결론이지만)


첫 번째는 나의 치유 때문이다. 겉으로는 밝고 에너지가 넘쳐 보였지만 자주 우울감에 시달렸고 자존감이 낮았다. 예스맨이었으며 늘 "할 수 있어",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늘 자신 없고 괜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육체적 무력함, 정신적 정전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딘가에 하소연하고 싶지만 남의 불편하고 지루한 얘기를 계속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친구도, 동료도, 상담사도, 산부인과 의사도, 정신과 의사도. 그래서 어딘가에 적어야 했다. 나만의 대나무 숲이 필요했다. 여유 시간에 내 얘기를 읽어주실 분들.


두 번째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이다. 심한 생리통으로 기절해서 교문 앞에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친구도 봤고, 생리 기간마다 아래, 위로 다 쏟아낸다며 밥도 잘 못 먹는 친구도 봤다. 나는 진통 때 생리통보다 약하니 괜찮겠다며 집에서 버티다 병원을 가니 자궁경부가 80% 열렸다며 길에서 애 놓으려 했냐고 혼났었다. 수는 적지만 그 고통을 가임기 내내 겪는 여성들이 있다. 폐경기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때부턴 몸이 건강하지 못하단다. 아, 태어나면서부터 뽑기를 잘못했다. 생리통 없는 삶을 뽑은 수많은 여성들, 부럽다. 어쨌거나 지나간다. 이제 40대. 끝나간다. 지구 상의 많은 여성들이 이걸 이기고 살아냈다. 당신도 그렇게 해내는 중이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면 증상으로 고통을 겪는 분들. 세상이 바뀌어 수면 클리닉이 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치료받으시길 권한다. 물론 운 좋게 나처럼 증상이 미약하여 큰 사고 없이 지내다 증상이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브런치의 "기며니" 작가의 글을 보고 알았다. 무시로 잠이 쏟아지고 기절하듯 잔다면 꼭 이 작가분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세 번째는 생리통을 없앨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자 한다. 지인 한 분이 산부인과에서 "미레나" 시술을 받으셨단다. 6개월 동안 서서히 생리양이 줄다가 약 5년 간 생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 기간엔 피임도 된단다. 유레카! 물론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산부인과에서 진료받아봐야 알겠지만.


45살에 자중 적출을 한 지금은 후회 중이다. 더 일찍 했었다면 이 고생 않았을 것을. 대신 난소가 있음에도 갱년기가 빨리 오는 건지, 수술을 해서 그런 건지 얼굴에 홍조가 나타나고 쉽게 피곤해진다.





생리통을 빼면 유달리 건강했던 나는 두통을 20대가 되어 처음 겪어봤다. 늘 골골거리며 두통을 달고 사는 동생이 유달리 아팠던 날, 나는 "괜찮아? 그런데 두통은 어떻게 아픈 건데?"라고 했다가 한소리 들어야 했다. 내가 겪은 것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이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생리통에 대해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어머니, 아내, 친구, 동료가 생리통을 겪고 있다면 어느 정도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약이 잘 안 듣는 사람도 있다. 아픈 사람에게 짜증 내며 "약을 왜 미리 안 먹어?" 하기보다는 안고 있을 쿠션이나 따뜻한 물건을 주는 배려를 보고 싶다.

유달리 잠이 많은 것이 나태가 아닐 수도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그것을 이겨내며 능력을 발휘하려 죽을힘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를 잘 못한다. 그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도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타인의 불편에 대해 이해하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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