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기분 나쁘던 포즈, 내가 이상한 것인가?
근처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법대 남자 선배가 1학년 여학생에게 웃으며 말을 했다.
"손을 입 앞에 가져가 봐."
그 여학생이 웃으며 입을 가리자 다시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고 손가락을 쫙 펴봐."
그래서 그 후배는 가위바위보를 할 때처럼 쫙 펴서 입 앞에 손을 대었다.
선배가 다시 말했다.
"집게손가락이랑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혀를 내밀어봐."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한 표정으로 여학생은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그 순간 주변 동기 남학생 2명과 그 선배는 무척 재밌어하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연애 경험도, 성경험도 없었지만 책을 좋아해서 엄마를 따라간 은행에서 본 선데이서울 때문에 이미 초등학교 6학년 즈음부터 포르노 사진을 어느 정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런 잡지가 버젓이 은행에 있었다. 신입 여학생이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한 그 포즈는 아무리 생각해도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장난이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여학생 중 그 장난을 알아챈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그걸 아는 척하기 싫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여학생의 손을 잡고 "우리 저쪽으로 가보자"며 데려갔다.
"그런 못된 장난은 하지 마세요! 심지어 법을 전공할 사람이 무슨 짓입니까! 부끄럽지 않으세요?"
나는 지금도 후회한다.
그때 말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알고 있다고 부끄러울 것은 없었는데, 우리는 모두 성인이었는데, 순진한 여성으로 보이길 원했던 나의 구시대적인 사고가 나의 행동을 부끄럽게 했다. 20년도 넘은 일이건만 아직도 어제처럼 그 선배의 아무렇지 않은 듯 웃던 표정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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