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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Sep 18. 2022

내가 만난 치한7-대학가 상가 화장실의 남자들

훔쳐봐야만 속이 후련했냐?

어릴 때부터 사교적이지 않고 혼자 놀기를 좋아했기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요즘 말하는 아싸로 살았다. 만화책과 영화 감상을 좋아해서 만화방과 비디오방을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다녔다. 


만화방은 지금과는 달라서 뭔가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나고 약간 어두웠다. 특히 화장실에서는 정말 이상한 냄새가 많이 났다. 오빠나 남동생이 없어서 성인 남자들 특유의 쿰쿰한 냄새라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대학 앞 만화방은 크고 깨끗한 편이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었고, 배가 고프면 컵라면도 사 먹을 수 있어 시간 때우기 좋았다. 당시 비디오방은 연인들끼리 가서 성관계를 하거나 노는 곳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직접 목격한 적도 없거니와 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연애를 못한 모태솔로였다. 가끔 하루 3편 정도 몰아보면 사장님께서 마지막 거는 서비스라며 공짜로 보게 해 주실 정도로 편안한 곳이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커피숍 화장실은 그나마 덜했는데 만화방과 비디오방, 술집의 화장실은 갈 때마다 불안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치한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남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한 것 같았다. 화장실 사용 전 항상 모든 곳의 빈 틈을 확인했다. 벽과 창문 사이의 틈, 벽과 바닥의 틈, 벽 사이의 틈, 벽과 천장 사이의 틈. 틈이란 틈은 치한들이 다 이용했다. 당시 핸드폰은 폴더형이었고, 카메라는 위에 달려있었다. 볼일을 보면서도 항상 틈을 둘러보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핸드폰이 삐죽 나와 있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야! 안 치워!"


그러면 깜짝 놀라면서 핸드폰이 사라졌다.

어떨 때는 폰 대신 눈이 마주쳤다. 


"뭐 하시는 겁니까! 어딜 쳐다봐요!"


역시나 놀라면서 얼굴이 사라졌다.


나중에는 일 보기 전 미리 둘러보고 발견하면 주의를 줘서 내보낸 후 일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정말 지긋지긋했다. 거의 서른살이 되자 그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 서서히 줄었다. 안 겪어보았다면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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