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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다 Sep 18. 2022

내가 만난 치한9-길에서 지나치는 손빠른 남자들

방금 저 남자가 그랬다고요!

치한을 만나기 시작한 10대부터 28세가 될 때까지 내가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치한을 겪었다는 말을 하면 주변 어떤 남자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자 중에서도 일부는 믿지 못했다. 자신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더 놀랄 것이다.


결혼하고 남편과 손을 잡고 번화가를 걷고 있었다. 아직 아이는 없을 때였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어떤 성인 남자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아주 잽싸게 나의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갔다. 팔꿈치나 팔이 부딪히는 느낌이 아니라 분명히 손바닥으로 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워낙 빨랐고, 지나치는 걸음도 빨라서 인지하고 화가 나서 돌아

볼 때 이미 제법 거리가 멀어졌다. 남편에게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방금 저 남자 제 가슴을 치고 갔어요!"

"????"


남편은 그 말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 맞게 들었는지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냥 부딪힌 거 아녜요?"

"손으로 치고 갔다고요!"


그 사이 그 남자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미혼일 때, 엉덩이를 치고 가거나 팔꿈치로 가슴을 부딪히는 치한은 만나봤지만, 이건 대체 뭔가. 이제 하다하다 옆에 남편이 있는데도 치한을 만나는구나 싶으니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어이가 없었다. 남편은 그 이후 몇 분이 넘는 동안도 내가 착각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본인 기준으로는 사람이 길에서 생판 모르는 여자의 가슴을 만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이런 종류의 치한들은 귀신같이 빠른 속도로 몸을 만지고 지나가서 증거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 피해자가 화를 내거나 따지면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보거나 오히려 화를 내었다. 그냥 사람이 많아서 지나다 부딪히는 거랑 완전히 다르다. 물론 워낙 복잡하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 의도를 갖고 만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애를 낳고 아줌마가 되고, 살이 찌고 나니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치한은 만나지 않는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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