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오지심(羞惡之心) 없는 사회
나는 SBS TV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 을 좋아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직업을 가진 소시민 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정말 생각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는 달인을 보게 되면 놀라움을 넘어 존경의 마음이 들게 되기도 한다.
특히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프로그램에 소개된 달인 중에서도 숨겨진 맛집을 소개하는 은둔식달이라는 코너를 더욱 관심있게 시청하고 있고, 가까운 곳은 직접 찾아가 그 맛을 경험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생활의 달인에서 여러 음식점을 소개되는 것을 보다보면, 수십년에 걸쳐 몇대째 그 맛을 유지하는 맛집의 인터뷰 내용 중 달인들이 설명하는 맛의 비결에는 몇가지 공통적인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희는 대대로 조리법을 그대로 지켜요"
"이윤을 남기려고 재료로 장난치지 않아요"
"쉽게 하려고 대충 하지 않아요"
달인을 취재하는 제작진이 남보다 어렵고 고생스러운 방식을 고집해 일하는 달인 분께 그래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물어보는 경우엔 달인은 단호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저희가 변하면 손님들이 먼저 알아요"
"우리 맛을 기억하는 손님들 때문에 재료를 바꾸지 않아요"
"제대로 된 맛을 못 낼 바에야 차라리 판매를 덜하고 있어요"
이처럼 얘기하는 달인들을 보다보면, 나는 과연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저들만큼 기본과 원칙을 고수하면서 살고 있는건가 라는 부끄러움이 느껴지고, 그들이 더욱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먹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그들의 자세이고, 쉽고 편하기 위해서 기본을 어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이 크기에 달인들은 항상 스스로를 경계하며 한결같이 일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때우고 말지 하는 간식거리에 불과한 떡복이 같은 간단한 분식을 하시는 중에서도 그런 기본을 지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달인분들이 많은데, 요즘 뉴스에서 보게되는 기사들은 한없이 안타까운 소식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판에 임하는 대법관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을 가진 고관대작이, 진실을 밝혀 세상을 정의롭게 해야하는 언론인이 수십억 클럽이니 하는 그들에게 기대되는 직업윤리와 동떨어진 일로 회자되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란 얼마나 가혹한가.
자신을 희생하여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보고, 탐욕한 약아빠진 인간들이 득세하는 사회라니 이 얼마나 답답할 상황인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리샴의 법칙이 인간 사회에서도 통용된다면, 순수하게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다하는 사람보다 양심을 팔아 욕망을 채우려는 순도 낮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꼭 순수한 노력의 가치와 직업윤리에 대한 존경을 가질 수 있게, 생활의 달인 같은 TV 프로그램이 더욱 더 흥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