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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인사] 화려한 세상에서 인사드립니다

2025.2.14. 금

by 이음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고 계시죠?

날이 조금 풀리고 눈이 녹고 있습니다. 펑펑 오고 쌓일 때는 밉더니 녹으니까 약간 서운하고 그렇습니다. 아직 다 풀린 건 아니니 항상 감기 조심하시고 몸 건강히 계셨으면 합니다.


라섹수술 이후로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세상이 편하다 뭐 이런 말들 있습니다만 일어나서 안경 안 찾는 거 김 안 서리는 거 정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히 다른 점은 있다면 세상이 화려해졌습니다. 밤, 적적하고 새소리 들리는 아파트 거리 말고 네온사인 가득한 도시중앙부로 갈수록 더 그렇습니다. 난시가 불빛들을 퍼트리고 교정시가 그 주체를 잡아냅니다. 다 보이는데 흐린 그 모순적인 상황이 화려합니다.


근래에 동묘를 다녀왔습니다. 종로에 갈 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들렀습니다. 금요일도 아닌 평일 이른 오훈데도 사람이 많더군요. 사람 구경도 하고 옷 구경이나 기물 구경도 잔뜩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다들 옷을 잘 입으셔서 정말 참고가 많이 됐습니다. 갈 때마다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여기로 가면 어떤 가게가 나왔던 거 같은데 하고 가면 오히려 새로운 가게들이 나옵니다. 길은 그대로 일 텐데 올 때마다 달라지는 건 제가 바뀐 걸까요? 해리포터에 들어온 거 같아 새롭고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신나고 재밌는 경험이나 자극적인 주제로 글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다만 그럼에도 진지하고 재미없는 제 개똥철학 얘기가 자꾸만 불쑥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잘 다스리고 넣어두지만 치기랑 친구 먹고 어떨 땐 같이 올라옵니다. 필력으로 감싸서 올리면 잘 될 거 같습니다만 아직 많이 부족하네요. 정진하겠습니다.


늦게 보내드려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약속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편지를 받아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이음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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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