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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2025.3.31. 월

by 이음

요즘 글이 많이 뜸했습니다. 어디 검사받을 곳도 없고 제가 가는 길이 맞는지 확신도 들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쌓이는 글들과는 다르게 자신감은 계속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눌러주시는 좋아요마저도 어떨 땐 부끄러웠습니다. 제 글은 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봅니다.

뭉뚝한 쇠때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도파민의 파도에서 견디려면 적어도 단단한 뿌리와 물러지지 않을 피부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연약한 자신을 속에 가둔 느낌입니다. 외강내유를 원했습니다.

무협지에서 흔히 말하는 도가의 무, 무당파의 유능제강처럼 외유내강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뭉뚝해졌지만 단단해서 그렇다기 보단 깎인 듯합니다.


예민함이 독인 줄 알았습니다. 곤두선 피곤함과 얇아진 멘탈은 그것 자체로도 스트레스였고 자책의 먹이였습니다. 짜증 나더군요. 제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건 처음은 아니었지만 볼 때마다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관계를 지속하다 보니 생기는 빈틈, 당연함이라는 쐐기는 자연스레 자리를 잡더군요. 돌을 조각내는 물처럼 서서히 잠식되어 갔습니다. 화를 내는 게 당연해졌습니다. 우는 건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굳어가면서 유연함을 바랄 수 없듯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강렬한 감정은 제게 피리 부는 사나이 느껴집니다. 쾌락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겠다고 조용히 속삭이듯 말입니다.


설탕 끊기 실험을 인용하기로 했습니다. 설탕을 끊으면 나타나는 변화를 알고 싶어서 임상실험을 한 어떤 연구소의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분의 후기입니다. 간략하게는 정말 너무 많은 것에 설탕이 포함되었고, 조금이라도 먹은 경우는 다 걸렸다. 어찌저찌 피해서 결국 끊고 실험이 완료되니 세상 모든 것들이 달았던 신기한 경험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예민해져 보기로 했습니다. 화를 내면 전전긍긍, 울면 어쩔 줄 몰라하는 그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세상 모든 변명은 다 갖다 붙이는 것 같습니다. 문단마다 묻은 게 꼭 제목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재밌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제 감정이네요.

조금 정비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예전에 올렸던 글들도 다 내렸습니다. 다시 보니 부끄러운 것도 있었고 살짝 예민한 주제도 있었습니다. 수정이 되는 대로 차근차근 복귀시키겠습니다.


이음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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