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부인사] 제 안부와 찾아뵙습니다

2025.2.7. 금

by 이음

안녕하십니까. 따뜻하게 보내고 계십니까?

한파주의보에 폭설주의보에 아주 난립니다. 이럴 때일수록 목 잘 보호하시고 장갑 꼭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다 보면 넘어지기 쉽습니다. 그에 더해 약간 몸을 앞쪽으로 구부리고 걸으시면 중심잡기에 도움이 됩니다.


라섹 수술을 했습니다. 사실은 제 안부를 전하는 인사였던 겁니다. 다행히 약간씩 눈을 뜰 수 있어서 바로바로 글을 써봅니다.

첫날은 정말 아팠습니다. 눈이 상당히 나쁜 편이라 오래 걸린 수술 시간 탓인지 마취가 금방 풀렸습니다. 부모님 얼굴 잠깐 뵙고 그 뒤로 한 번도 못 떴습니다. 엄청 시리고 정말 민감해집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눈을 못 뜨겠다는 느낌도 같이 듭니다. 압력 감 같은 느낌이요. 정말 후회했습니다. 이렇게 아플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닥치니까 너무 아파서 후회하게 됐습니다.

이튿날은 약간 괜찮을까 했으나 다시 아팠습니다. 다행히 첫날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 아팠습니다.

고통은 삼일차에 끝나고 거의 일주일째를 바라보는 지금은 쌩쌩합니다. 시력이 제대로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답니다. 그래서 아직은 좀 덜 보이고 흐릿합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역시 너무 편합니다. 벗고 나니까 불편함을 알았습니다. 꽃이 피는 걸 보고서야 겨울이 다 갔음을 안 것처럼요.


라디오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오디오북을 들을까 유튜브를 틀을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라디오였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저만 혼자 덩그러니 있기 싫었습니다. 같이는 못해도 누군가가 떠들어주길 바랐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잘 갔습니다. 한두 시간의 틈과 그 틈을 다루는 주인들. 짧게 떠들고 노래 듣고 광고 듣고 또다시 왁자지껄 얘기하다가 노래에 광고까지. 다 듣고 나니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갑니다. 어느새 새 DJ가 인사하고 다른 내용으로 틈을 채웁니다. 이 글에서나마 감사드립니다. 고릴라. 시간도 외로움도 같이 태워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쯤 되면 또 찾아오는 배탈이 드디어 왔습니다. 겪을 때마다 느끼지만 장기가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뇌로 가자! 하면서 뛰쳐 오르는 것 같아요. 지칠 때까지 버팁니다. 제자리로 돌아가기만 바랍니다. 정말 이럴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너무 무력해서 슬펐습니다.


이번 한 주는 어떠셨나요. 저는 무기력하게 떠나보낸 거 같아 아쉽습니다. 보일 때쯤 되니 끝나간다니 싱숭생숭했습니다.

많이 춥습니다. 겨울엔 멋보단 안위먼저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음올림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