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체험기-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그 오픈채팅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버디를 찾는 글을 올라왔다. 그때마다 다시 한번 더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또 혼자 끙끙 앓다가 망고님에게 다시 카톡을 했다. “우리 한번 더 갈래요?” 망고님도 다행히 기다렸다는 듯이 좋다고 답을 해주셨다. 아쉽게도 라봉님은 더 깊은 곳을 향해 가야 해서 함께 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찾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망고님과 만날 날을 정한 후 한동안은 아무런 걱정도 없었다. 하지만 만나는 날 당일… 잊고 있던 부이 설치가 생각이 났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부이를 들고 풀장으로 걸어가며 “어떻게든 되겠지.”를 남발했다. 부이를 고정하는 법은 고정하는 부분을 바닥에 흡착되도록 붙인 후 고정시키는 것인데 타일과 타일 사이에 붙이면 흡착이 잘 되지 않아 떨어질 수 있으니 잘 살펴 붙여야 했다.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망고님부터 도전하였다. 한 번만에 바닥에는 닿았으나 고정이 잘 되지 않아, 실패! 나 또한 바닥에는 닿았으나 타일과 타일 사이에 붙여서, 실패! 물 위에서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해도 막상 내려가면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반복되는 실패로 웃음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을 때 옆에서 수업을 하고 있던 한 강사님께서 다가오셨다. “정 안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천사도 그런 천사가 없었다. 간단하게(?) 부이를 설치하고 망고님과 눈을 마주치며 다음번에는 꼭 성공하자라고 다짐하며 일단 급한 불은 꺼서 다행이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을 마치고 부이를 정리할 때쯤 우리는 눈으로 강사님을 찾았지만 이미 정리하신 후였다. 큰일이다. 설치도 못했는데 정리는 어떻게 하겠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은 시간을 다시 도전해야 했다. 사람들이 정리를 하며 퇴장하고 있었고 풀장에 있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만약 계속 실패한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촉박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연습하면서 충분히 몸이 풀렸던 걸까? 물속으로 들어가 단 한 번에 부이를 떼어낼 수 있었다. 떼어내는 순간 우리는 세상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역시 궁지에 몰리니 뭐라도 하는구나 싶었다.
망고님과는 지금도 간간히 만나 서로의 버디를 해주고 있다. 다행히도 이제는 부이 설치는 나름(?) 쉽게 성공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 외에 딱 한 번 선생님 없이 다른 사람과 버디를 해본 적이 있었다. 나보다 더 초보였던 그분과 함께 했던 그날은 굉장히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전에 1대 1로 수업을 한 번 들었던 선생님이 계시는 팀은 카페 내에서 버디가 없는 사람들이 자유연습을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참여가능한 연습 일자가 올라왔다. 한 번밖에 수업을 듣지 않았지만 꼼꼼했던 선생님과의 시간이 좋았기에 내 스케줄과 맞는 날이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꽤 긴 시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스케줄과 맞는 날을 찾아내어 연습을 신청하였다. 오래간만에 만나게 될 선생님과의 만남도 기대되었다.
그날도 장소는 올림픽 잠수풀장이었다. 입구에서 선생님과 함께 연습할 사람들을 만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2명은 선생님께 강습을 듣는 날이어서 나머지 한 명과 함께 서로의 버디를 하며 연습하기로 했다. 그분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자신은 잘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인 특유의 겸손함이겠거니 싶어 나도 왕 초보라고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간 그분의 모습은, 아니 물 위에서의 모습은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입수조차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고님과의 경험을 살려 그분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 어떨지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응원하며 박수도 쳐주고 노력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분은 멋쩍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근데 좀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순간 내가 너무 압박을 주었겠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함께 연습하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 옆으로 빠져 남은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프리다이빙을 처음 찾아볼 때 수영을 하지 못해도, 물을 무서워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광고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물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선천적인 성향과 재능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배우는 내내 많이 느끼게 된다. 나 같은 경우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처음 풀장을 갔던 날, 풀장 한편에 서 있을 수 있는 난간이 있는데 그곳에 서서 깊은 물속을 바라보자 전에는 물속에서 느끼지 못한 고소공포증이 올라왔었다. 수영을 잘하기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용기를 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또, 막상 강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이퀄도 너무 쉽고 숨도 길었다고 한다. 레벨 2까지 결제를 하셨으나 입수조차 쉽지 않아 여전히 레벨 1도 따지 못한 그분을 보며 광고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영을 오래 했던 나에게도 프리다이빙은 조금 다른 결이었다. 수영에서는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프리다이빙은 물속으로 깊이 내려가는 것이니 물속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했다. 예를 들면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여 숨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완전하게 긴장을 풀어야 하는 것 등이다.
사실 이때까지는 재능의 중요성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접근하기 쉽다고 광고하는 것들이 막상 겪어보면 전혀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는 정도였다. 연습이 끝나고 헤어질 때 선생님은 내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하시며 다음에는 딥스에서 만나자고 이야기해 주셨다. 매일 차 안에서 이퀄연습을 하고 숨 참는 연습을 했던 부분이 조금 빛을 발하는 거 같았다. 이대로라면 레벨 2를 금방 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차올랐다. 하지만 그분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 즐거웠다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이야기드리며 앞으로의 도전을 응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괜히 멋쩍게 웃으며 도전하시던 그분의 모습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