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건축주 모두 조금씩 포기하면서 의견을 맞추어가는 중에 있다.
첫 번째 도면을 받고 며칠 후, 다시 4명의 건축주가 모였다.
각자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타협할 부분을 찾으며 어떻게 집 전체 구조가 나오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어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려 건축사무소에 전달하였다.
* 총평: 이 형태의 집은 우리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너무 두 집으로 분리되어 있고, 각 집 당 모든 주거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수치적으로 뽑아내는 면적은 넓을지언정) 좁은 느낌에 방 숫자도 너무 적은 결과물이 나왔다. ‘따로 또 같이’에서 ‘같이’인 공간들을 합치고, ‘따로’인 공간들을 더 넣어 집의 전체적인 구조를 다시 잡아주시면 좋겠다.
두 가구가 너무 분리되어 있다. 이 집의 가장 큰 전제는 향후 ‘한 집의 모습’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세로로 두 동을 올리니 각각이 땅콩주택 같다. 이동하는 통로들 역시 폭이 너무 좁아 답답하다. 그리고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공간이 많다. 뽑아지는 면적은 넓으나 실제 사용할 공간은 적다.
두 가구가 (현재 기준에서 분리가 필요하기는 하니) 구분되는 형태는 크게 1층/2층이 좋다. 1층은 부모님 댁, 2층은 자녀 내외가 중심이다. 부모님 댁은 2층, 다락이 없어도 되고 (&현실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자녀 내외 역시 마당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두 집이 공용으로 사용할 공간은 ‘거실’과 ‘공유 주방’이다. 이 두 개는 1층에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이 정의하는 거실(living room)이란 전체 가족이 모여 노는 가장 ‘퍼블릭’한 공간이다. 여기엔 TV나 안마의자 등등이 절대 들어가지 않고 철저히 가족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들어가는 가구는 둥글게 모여있을 수 있는 의자/소파들 정도가 될 것이다. 서재를 따로 뺄 필요 없이 거실에 책을 다 비치하면 좋다. 2층에 별도의 거실은 필요가 없다.
공유 주방(public kitchen): 주로 저녁식사 및 주말에 전체 가족이 모여 식사할 공간이다. 며느리가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기대한다. 대형 조리기구들은 (빵 굽는 오븐이라던지 김치냉장고라던지) 이곳에 들어간다. 이와 별도로 2층에 서브 주방이 있긴 하지만 1층 주방과 같이 클 필요가 없다.
길 건너 상가에서 우리 쪽이 보일까 봐 굳이 벽을 높게 세울 필요는 없다. 가로수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리라 보고, 남쪽에서 오는 좋은 빛을 굳이 다 가릴 필요가 있을까?
공유공간은 확실히 공유하여 집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와 별도로 개인이 숨을 수 있는& 취미공간이 필요하며 이는 공유공간에서 멀어지면서 배치하면 좋다. 공유공간을 넓혀두었으니 이에 따라 개인의 방들이 들어갈 공간이 생길 것이다. 이게 ‘따로 또 같이’의 집이다.
출입구는 먼 미래를 고려 시 하나인 게 좋다. (다만 그 후 이동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아래 #상충된 의견에서 이어감)
공유공간: 손님들이 이 집에 방문할 경우에도 이 공간들 내에서 다 놀 수 있으면 좋겠다.
거실
주방
공용화장실 & 유틸리티룸
마당: 거실에서 연결되어야, 데크를 깔고 싶다. 풀 가득한 초록공간일 필요 없다.(아버님의 nook⭐️)
계단: 2층 및 3층까지 연결
사적인 공간: 공용공간에서 멀리멀리 저 멀리 위치해야 한다.
어머님 아버님 안방 & 화장실
어머님의 취미방(악기, 재봉틀, 미니 사우나 등이 들어갈)(어머님의 nook⭐️)
필요 공간: 기본적으로 1층에서 올라왔을 때 한 번의 심리적 문이 있어야 함
미니주방 & 식탁(6인용 사이즈): 미니 키친+다이닝룸이 필요하다. 미니 키친에도 화구랑 조그만 냉장고는 필요하다 (막 900리터가 될 필요는 없음) 밤에 술 한잔 하거나 야식을 만들거나 할 때도 쓰이고, 아기 간식 챙겨주거나 할 때도 바로 접근 가능한 주방은 있어야 한다. 다이닝룸이 실제적인 2층의 거실 역할을 할 것이다. 자녀 내외는 주로 책상&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넓은 거실은 필요 없다. 거실에서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은 1층 공용 거실에서 하면 된다.
안방 & 화장실
아가방: 두 명의 자녀 계획 중. 방이 가변적이어서 하나로 쓰다가 두 개로 분리될 수 있으면 좋다. 2층에서 동선 기준으로 가장 오픈될 곳(1층 연결부와 가장 가깝게)에 위치하면 좋다.
아이들이 쓸 화장실: 이건 다락방에서 놀다가 내려올 때 역시 쓸 화장실임
며느리의 취미공간: 기본적으로 1층에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아예 막혀있을 필요는 없으나 안방과 더불어 제일 안쪽이면 좋다. 넓을 필요도 없다. 그저 매트 하나 깔고 창문이나 거울 보며 요가할 수 있는 곳, 커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면 좋다. 노트북 작업을 종종 하는데 이건 양보한다면 식탁에서 해도 된다. 공간이 안 나오면 이 공간을 다락방으로 옮겨도 될 듯.(나의 nook⭐️)
유틸리티룸: 1층 연결부와 가깝게 배치돼도 좋다. 현실적으로 빨랫감을 들고 1,2층을 왔다 갔다 하기 어려워 각 층에 빨래방이 있어야 하겠다. 혹시나 먼 미래에 한 가구로 합쳐질 경우, 이 방은 창고가 될 수도 있겠다.
자녀 내외부가 메인으로 쓸 가능성이 높지만 (마당 포기 대신 테라스를 가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일 수도 있음.
다락방:
천창과 함께 집 안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 엄청나게 넓을 필요는 없다. 주 사용 목적은 제2의 거실 혹은 아이들의 놀이터. 천창이 있어 실내에서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함. 2,3층이 자녀 내외의 주 공간이기 때문에 이 창의 빛이 2층까지 내려오면 더 좋다. (남편의 nook⭐️)
테라스: 자녀 내외부를 위한 야외 공간 필요. (1) 2층에 발코니를 설치하거나_1층 40평, 2층 30평 이런 식으로 (2) 3층 테라스가 그것이 되면 좋겠음. 어느 방향이 더 좋을지는 잘 모르겠음
그러나 여전히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건축사무소 측의 제안을 받아보기로 했다.
1,2층 이동 방식 및 계단 개수
며느리: 집 전체의 대문/출입문은 하나여도 좋다. 단 개인적으로 늦게 들어오거나(술 한잔 하고 들어오는 길?!) 그저 혼자 쉬고 싶을 때는 공용공간을 거치면서 시부모님께 인사드릴 필요 없이 바로 2층 공간으로 가고 싶다. 이리되면 계단이 두 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1층과 연결/ 분리된 계단 각각 한 개, 그러나 두 계단 다 실내에 위치해야 한다) 계단을 한 개 만든다면 출입문이 공용 거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2층으로 올라가고 싶으면 바로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남편/아들: 집의 모든 이동의 시작은 공용공간인 거실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거실에서부터 방사형으로 사적인 공간으로 숨어 들어가는 동선. 그리하여 출입문에서 > 바로 집 중앙 거실로 연결되고 > 크고 넓은 계단 한 개를 집 중앙 거실에서 연결하여 2층, 3층까지 다 이어지게 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복도를 최소화 & 동선도 짧아진다. 계단이 두 개면 방 한 개 분은 포기해야 할 수 있다. 2층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는 부부가 있는 공간으로 가는 곳에는 중문 등을 설치하면 된다.
중정 필요 여부
아버님: 집 전체 구조를 H로 만들자. H는 가족의 성씨인 '한 씨’ 가의 집을 뜻하기도 하지만 이리 집이 설계된 후 가운데 부분에 거실을 위치시키면 북쪽으로는 마당, 남쪽으로는 데크 & 가로수 등을 포함한 약간의 초록공간이 있을 수 있겠다. 이리되면 중정은 크게 필요가 없다.
남편/아들, 며느리: 중정은 환기 및 자연채광을 통한 밝은 실내를 위해 꼭 필요하다.
영구적인 게스트룸의 필요성
어머님: 미국에 살고 있는 딸 내외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머물 공간이 필요하다.
남편/아들: 영구적인 게스트룸은 필요가 없다. 절충안이라 한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태어난 후에도 한 동안은 본인만의 방이 필요 없을 아이 방 2개 중 한 개를 1층에 두거나 하는 방법은 있겠다.
2주 후 두 번째 도면을 가지고 다시 미팅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떤 도면이 나올까?
#내집짓기 #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