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잖아요.
‘외국인이세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무수하게 듣는 소리다. 이국적인 외모와 청각장애인 특유의 발음 때문에 지금껏 무수하게 들으며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 부산 남포동에서 외국인인척 한국말 안 하고 가만있으면 인심 좋은 시장 아주머니들이 서비스를 주던 기억이 있다.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나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알았을 터.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 한국과 국경 밖 외국이 가장 다른 점은 아마도 타인에 대한 관심, 흔히 말하는 오지랖이라는 부분이다. 나의 외형적인 부분들, 그리고 나의 발음과 어우러지면 사람들은 나를 외국인으로 판단하고 영어를 하기도 하며, 일반적인 한국인 대하듯 하진 않는 경우들이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의 접근이 있다.
호기심: 한국말 잘하시네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조심스러움: 외국분이세요?
어릴 적엔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외국인이라면 막연히 예쁘다는 생각을 했기에 “내가 예쁘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보니 그 관심이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무심코 신기해서 던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평범하게 대하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늘 컸다. 보통은 그냥 대답을 안 하곤 하는데 가끔 ‘외국인이냐, 어느 나라에서 왔냐?’ 라고 계속 질문이 이어질 때는, ‘아니요, 저 청각장애인인데요’ 라고 하면 상대방은 보통 당황해서 미안함을 표시하며 물러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선 또 속으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이게 죄송할 일이지? 난 그냥 청각장애인이라서 청각장애인이라고 한 것뿐인데’ 정적이 흐르고 나면 침묵이 이어지는 민망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보통 처음 보는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말을 걸거나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외양이나 말투, 행동으로 그 사람을 단정하고 평가하다 보면 서로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다 보니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이 문제, 많이 겪다 보니 별로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무뎌져 가긴 하지만 처음 보는 사이에서는 서로에 대한 평가와 편견보다는 신중하게 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