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저는 당신의 영감 거리가 아니랍니다.
남편이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추천해준 테드 강의를 보았다. 테드는 알다시피
정말 유명한 사람부터 일반인들까지 자기의 경험과 교훈들을 이야기하는 유명한 콘텐츠이다.
그중에서도 참 공감이 가는 강연을 보게 되었다. 제목부터 신선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저는 당신의 영감 거리가 아니랍니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호주에 살고 있는 '스텔라 영'은 희귀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다. 어릴 적 같이 사는 마을에서 지역 공로상을 추천해 준 어른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단지 침대에 누워 남들이 보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평범한 삶을 살았는데 왜 남들의 귀감이 되어야 하는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의 내 모습을 대입해보니 그 말이 참 공감이 갔다. 난 단지 잘 알려진 회사를 다녔을 뿐인데 그 이유로 강연 요청도 받았었고 주변에서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비장애인 어느 누가 잘 알려진 회사에 다닌다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받겠는가라는 점이다. 나도 남들처럼 살기 위해, 돈을 벌고자 회사에 다녔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스텔라 영의 말처럼 장애인에 대한 낮은 기대치가 그런 과한 칭찬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그런 행동이 비장애인들을 위한 자극이 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점이다. 나도 이런저런 강연 및 방송 섭외를 받은 입장에서 그런 관심이 감사했지만 사회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은 장애인으로서 이 힘든 역경을 극복해내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는 이미지를 원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한 행동들이 대단한 행동은 아니었고 당연히 그런 강연과 미디어의 관심을 받을 만한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섭외에 순순히 응한 나 또한 그런 사회의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얽매여있지 않나 싶었다.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면 어떤 감동적인 무언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비장애인들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인 시선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전에 남겼던 많은 글에서도 나의 성취와 행동을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인간 황민아의 것으로
온전히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는 글을 꾸준히 남겼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장애인들의 변화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시선과 고정관념들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해 준 강의 한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장애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므로 나도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이 세상을 특별하게 바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