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성으로서의 식물화
비폭력성으로의 변신을 꿈꾸며 나무가 되고자 하는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개의 챕터로 나뉜 하나의 이야기이다.
우선,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를 바라보는 남편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어느 날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리며 채식주의자가 된 아내는 자신이 아내를 선택한 이유,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기괴하고 폭력적인 현상에 노출된 영애를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체가 폭력처럼 느껴진다. 이 챕터 하나로도 ‘채식주의자’는 완성형으로 보인다. 각각의 챕터가 하나의 이야기로 독립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 챕터인 ‘몽고반점’은 예술가인 형부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처제인 영혜에 대한 비윤리적이거나 비뚤어진 예술적 욕망으로 어쩌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사건으로 점화시킨다. 그리고 세 번째 ‘나무불꽃’은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죽어가는 영혜의 유년시절 고통의 기원과 스스로의 고통을 헤매다 끝을 맺는다.
어렵다. 처절한 몸부림과 폭력에 노출되어 왔던 기억에 공감하며, 가엾은 영혜의 식물화에 대한 소원은 동화되기도 한다. 언어로, 물리력으로 숱한 폭력을 경험해 온 인간이라면 식물이 되고 싶지 않을까?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영애의 입에 고기를 쑤셔 넣는 아버지의 폭력성은 참혹하게 느껴진다. 기억 속 정화되지 않는 깊은 고통에 마주한 영혼들의 탈출구는 어디인가?
타인의 폭력성에 노출될 때 나도 가끔 나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