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감상 17화

클로즈

미소년의 정체성 찾기와 성장통

by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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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랑이란 것은 어떤 규격이나 색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인가?


이제 막 중학생(한국 기준)이 된 미소년 레오와 레미는 특별하게 친밀한 사이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잘 정도로 형제 또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다.


사랑? 우정? 아니, 규정할 수 없는 친밀한 관계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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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관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친밀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통속적인 시각으로 규정할 수 없다. 아직 어떤 색도 갖지 않은 백지이기 때문이다. 꽃밭을 달리는 레오의 티셔츠는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흰색이다. 그리고 레미의 방과 바지 그리고 티셔츠는 붉은색으로 표현된다. 화훼농원의 아름다운 꽃밭을 가로지르며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색은, 꽃들의 색처럼 다양하고 그 가운데 레오와 레미는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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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변화. 사건의 발단은 레오, 레미의 관계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동급생인 3자의 시선이 이 둘의 관계에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집단에서 요구하는 정체성과 규정된 한 가지의 색. 다르다는 인식에서 공격적인 형태의 압박과 밀어내기는 불안과 공포로 미소년인 레오를 변화하게 한다. 레오는 스스로 집단에 포함되기 위해 남성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스하키, 축구, 슈팅게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의 색(남성성)을 만들어 가는 레오. 자신의 성향을 규정하기 위해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점점 어두운 무채색으로 변화해 간다. 집단에서 타인의 시선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해 버린다. 그리고 레미는 레오의 외면과 무관심에 유기된다. 레미는 레오의 변화에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레미가 감당해 낼 수 없는 파동은 결국, 레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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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름답다. 미소년, 화훼농원, 섬세한 심리 묘사, 배우들의 연기. 퀴어 영화라기보다는 '레오'라는 소년의 성장영화라고 보인다. 어쩌면 누구나 조금은 비슷한 일로 겪었을 성장통. 내게도 청소년기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학생이었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유일한 친구를 다른 무리에 섞이기 위해 유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단짝이었던 친구를 등질 정도로 난 못된 아이였다. 그리고 집단에 속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등 돌리는 일을 그때부터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무리의 힘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생존의 본능과도 같은 것일까? 무수히 비슷한 일을 겪어야 하는 우리는 어느새 그런 일쯤이야 별 일 아니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길들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상처 받았을 어릴적 나의 동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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