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식 퓨전 한식 한상
네팔요리를 배울만한 곳이 있을까?
점심 메뉴를 고민하면서 든 생각이다. 포카라 레이크 사이드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오픈헛' 만한 곳이 없었다.
이유라면 통로가 뻥 뚫려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 여기다." 이곳에서 나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리에 앉고 메뉴를 보고 있는데 맑은 눈망울을 가진 네팔 청년이 다가왔고 주문을 도와주었다.
갈증이 나서 라씨를 택하고 시간을 좀 가졌다. *포카라의 특성상 (포카라는 다양한 레저 스포츠 프로그램도 많고 자연경관이 좋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다양한 외국메뉴를 주력으로 팔고 있었는데 한식만 없다는 것이 유독 눈에 거슬렸다.
여행을 다니며 익힌 딜의 핵심은 '어필'인데 외국에 있는 음식점에서 레시피를 얻고 싶거나, 일하고 싶다면 무조건 나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하기 위해 왔는지 어필할 필요가 있다.
위 방법은 국내에서는 안 먹힐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선 100퍼센트는 아니어도 90퍼센트정도는 먹힌다.
딜은 시작됐고 두 시간 간격으로 시그니쳐로 보이는 음식들을 주문했다.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하고, 네팔의 주메뉴인 '달밧'을 시켰다. 어느덧 마감 시간인 9시가 되어갔다.
직원들이나 오너는 생각할 것이다. "쟤 혼자 메뉴 네 개를 먹어?" 그렇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한 것이다. 그들은 나의 덫에 걸린것이다.
마감을 20분 남겨두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 집 음식은 정말 대단해! 나는 대한한국에서 왔고, 요리를 업으로 삼고 싶은 열정 넘치는 청년이야. 넌 이름이 뭐니?" 항상 같은 레퍼토리라 이 정도 문장쯤이야 영어로 외우고 다닌다.
"내 이름은 아즈만이야. 아 그래? 한국 정말 좋아하는데! 반가워" 이렇게 짧은 대화만이 오고 가던 찰나에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일 후에 나의 요리랑 너의 요리를 트레이드 하는건 어때?" 그 말을 듣고 한참 뒤에 아즈만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눈시울이 붉은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 손님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게 아즈만과 나는 3일 후를 기약했다.
급하게 잡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문에 아즈만과의 약속은 일주일 넘게 미뤄졌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아즈만은 날 잊었을까? 트레킹을 마친 후 오픈헛을 찾았다. 우울한 아즈만의 옆모습이 보였다.
"킴! 어디갔다 왔어?"
"음...그게.."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정말 미안했다.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일단 주방으로 가자고 했다.
세시간 후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한식 메뉴가 탄생했고 나는 '아즈만표 달밧'의 레시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세 시간을
석 달이 지난 후에도 회상해보는 오늘.
아즈만에게도 나의 무모함이 삼십 년 넘게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