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포카라에 머무르는 동안 ABC 트레킹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길래, 또 듣고보니 궁금하기도 해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지 식재료만 배낭에 채웠는데 자그마치 19kg였다. 식기행에 대한 열정이랄까? *안나푸르나 등반 배낭의 최대 무게는 보통 17kg
(느낀점 :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다.)
같이 동행했던 '류승광' 이라는 동생은 등반할 때마다 요리하는 나를 보고 "와 형 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요리 배우고 싶네요" 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요리하는 나의 모습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메모하며 질문하는 등.
또 사진까지 찍는 그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트레킹에서의 주요 메뉴는 '전' 이었다.
뒤집기를 했을 때 그 희열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부침개야말로 얼마나 흥미로운 음식인가.
사진만 찍고 있는 승광에게 한마디 건넸다. "해봐."
승광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형,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전을 뒤집어 본 적이 없어요."
* 전을 부치는 초보자들이 하는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표면이 굳지도 않았는데 뒤집는 것이다.
겉이 단단해지지 않으면 뒤집을 때 전이 아작날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하시길!
두어차례 시범을 보여주고 승광이에게 말했다. "떨어져도 좋으니 일단 해봐. 떨어지면 형이 다 치울게. 될 때까지!" 그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차근차근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고, 거듭된 실패 끝에 드디어 성공했다.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봤지? 하면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