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장꾸남 김현수 Salad!”
군대 전역 후 나의 거주지는 줄곧 옥탑이었다. 평범한 원룸보다는 탁 트인 옥상이 좋았고, 왠지 하늘과 맞닿아있는 것 같은 느낌에 더 좋았다. 그런 내 취향은 카트만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옥탑이 있는 도미토리는 없을까?
그렇게 찾아낸 숙소가 바로 "Adventure guest house".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신기하게도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특히 요리를 전공으로 하는 나보다 훨씬 더 넓은 식견을 가지고 있던 주하비와 취미로 요리하기를 즐긴다는 네팔의 마망, 칠레에서 온 페르난다와 폴란드 친구 마이클 까지.
주하비의 알아듣기 힘든 힌디어식 영어를 안주삼아 매일 밤만 되면 우리는 '요리의 기원', '음식의 역사' 등에 대해 토론하곤 했다. 이름하여 어벤져스 모임. (숫자도 다섯에다 요리에 관심도 많고 웬만큼 실력도 있어 보이는 게 우리끼린 그럴싸하다 느꼈으니까 말이다)
오후 3시, 어벤져스 팀만의 시간이다. 티타임, 아니 푸드타임이랄까?
느지막이 일어난 팀원들은 이 시간을 상당히 좋아했다.
친구들의 소중한 시간 속에 나를 녹여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요리 프로젝트! 난 세 시간 일찍 일어나 장을 본 후,
혼자 옥상에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스가 없는 옥상에서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 '샐러드'였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에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파키스탄 아저씨가 알려준 레시피를 내 식대로 살짝 바꿨다. 사과와 석류, 마살라 파우더, 병아리콩, 청양고추를 한데 버무려준 뒤, 발사믹과 올리브유를 섞은 소스를 부어주면 끝이다.
내 음식에 대한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말 맛있다” “진짜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 이 음식의 이름은 뭐야?”
파키스탄 아저씨에게서 전해 들은 음식이라 이렇다 할 이름이 없었기에 친구들의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음 네팔식.. 샐러드야” 대충 얼버무려 이야기하는데, 마망이 말했다.
"이게 비법이야"
샐러드에 뻥튀기 같은 과자를 붓고는 마망은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며 서툰 칼솜씨로 뚝딱 새로운 샐러드를 만들어냈다.
"This is Victoria mamang salad"
주위 친구들은 그녀의 귀여운 외침에 박장대소했지만 나만은 같이 웃지 못했다.
꼭 특별한 요리 이름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데, 나는 왜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을까?
이제는 누군가 그때처럼 내 요리의 이름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This is 장꾸남 김현수 Salad!”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