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파파야로 만든 특제 고추장
인도 레스토랑의 취직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여길 들어오기 전 정확히 10곳의 레스토랑에 나를 알렸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아예 나를 무시하는 곳도 있고, 나를 비웃는 곳도 있었다.
가까스로 현지친구의 도움을 받고 '죠띠 카페'에서 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막상 까고 보면 별로 없는 것.
커리를 배우러 갔지만, 그곳엔 커리가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감자를 숭덩썰고, 당근을 네모지게 썰어, 카레가루와 물을 넣고 푹 끓인 그 카레가 아니다.
향신료가 들어가는 요리.
그게 곧 커리였던 것.
정말 기묘한 경험이었다.
한달동안 죠띠카페의 가족들과 같이 동고동락 하며 단순히 글로써 표현한 커리레시피가 아닌 인도의 문화를 배웠다.
보답으로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 선물은 '한식'
나의 여행이 한식을 알리려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준비한 음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죠띠카페에 메뉴를 하나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가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고추장이 없어 인도 고춧가루와 끓인 설탕으로 물엿을 만들어 섞고 파파야와 바나나를 갈아 섞어 특제 고추장을 만들었다. (이틀간 숙성 시킬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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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병아리 콩을 갈아 간수를 넣어 삶아 두부를 만들기도, 인도의 열무를 이용해 김치를 담구기도, '탈리'에 들어가는 야채를 볶아 비빔밥을 만들기도 했다. (메뉴는 비빔밥,비빔국수,두부김치)
산토스와 가족들, 주변 사람들이 일할 기회를 주었기에 가지고 있던 나의 재능을 맘껏 뽐낼수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 '장꾸남' 이라고 박힌 모자와 티셔츠, 앞치마. 그리고 나를 잘 표현 할 수 있는 '요리'. 입장을 바꿔 자신이 한국의 식당 오너라고 생각해보자. 낯선 외국인이 "저 요리 잘해요" 라고 말한다고 주방에 들어와 보라고 말 할 수있겠는가.
나도 막상 까고 보면 별로 없지만, 말할 무엇인가 라도 있었기 때문에 (아마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까져 보이기라도 하지 않았을까?
요리를 할 때 나는 늘 항상 도전했었고
그 끝엔 '경험'이라는 두 글자가
인생이라는 이력서에 차곡차곡 채워져 갔다.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라서
더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이걸 줄여서 '청춘'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