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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꾸남 Oct 22. 2023

홍하우주 형 2

토마토 절임, 제육볶음, 메기찜, 오이절임

나에게 세계식기행이란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던것 처럼 아무도 도전하지 못한 곳을 개혁해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가 식기행을 해봤다고 해도, 이 여행은 자기발로 자기주관따라 걸어갔으니 이건 분명 다른 여행이다. 만끽하고 싶고, 움직이고 싶고, 가고 싶고, 하고싶은대로 하고 싶은 것이 참 여행이지 싶다.

홍하우주형이랑 장보러 가기
살벌한.. 메기 손질

내가 고생하고 싶다고 하루도 아니고 2년동안이나 꿈을 꿔왔고, 그리고 나 혼자 스스로 이렇게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정말 신기했다. 내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보면 더 맞겠다.

여행을 하면 살아갈 때 한번 쯤 해볼법한 생각들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아침 11시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11시가 되고 홍하우주 형이 지난 시장 지리를 빠삭하게 알고 있다고 하길래, 당장따라 갔다. 여행자라 좋은 점은 외면을 꾸미기보단, 내면에 더 집중한다는 것. 그래서 난 최소한의 매무새만 가다듬고 외출을 했다.


고추장이 없어서 두반장 비슷한 소스로 대체!

그렇게 시작된 홍하우주형과의 지난 시장 나들이ㅋ 각자의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채소가게도 들리고, 정육점도 들렀다. 감사하게도 고기값만 지불하면 나머지 향신료나, 요리에 필요한 채소들을 본인이 직접 사주시겠다 한다. 정말 감사했다. 요리하는 것만 해도 감사한데 요리재료를 사주겠다며 이게 한식의 힘인가보다.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더 맛있게 만들어줘야 겠다고 느꼈다.


나는 일부러 한식의 재료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 그 나라의 향신료들로 나의 맛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당신은 음식을 잘하십니까? ”한식을 선보일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있습니까?" 그렇게 생각 하는 사람에겐 전문적인 실력을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시도는 해봤냐고 묻고 싶다.


"임자 해보기나 해봤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말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면 이 말을 되새기면 좋다. 해보기는 해봤어? 그렇게 무 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나는 중국대륙에 나의 스타일을 입혀 요리 해보기로 결심한다.


비좁은 주방에서

장보기를 끝내고 숙소에 왔다. 주방은 어느새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 외식창업 선두주자가 되고싶은 장꾸남이라는 패기넘치는 청년을 보기위해 말이다. 장꾸남 세글자가 박힌 앞치마를 두르고 나의 정성을 하나하나 꾹꾹 담은 맛을 내기로 했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해보겠다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다. 그래서 했다. 조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생안전을 명시하며 열악한 주방에서의 칼질은 시작됐다. 칼질이 시작되고 난 후부터는 오로지 나의 시간이다. 경력이 적든 많든 그 순간에는 내가 짱이다. 긴시간 동안 익혔던 모든 조리지식들을 쏟아부었다.


중간중간 짬짬히 홍하우주 형 하는 것도 보고,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 한 시간정도가 지나 우리는 각자의 요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dengha 게스트 하우스에는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 짝짝짝!!" 홍하우주형과 나는 말없이 하이파이브와 악수를 건네는 것으로 서로 고생과 존경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앉고 "쎄쎄" 라는 짧은 단어 속에 식사는 시작되었다. 난 제일 먼저 형의 동파러우에 젓가락이 가더라고 꼭 먹어보고 싶었다. 정말 맛있었다. 취미가 요리라는데 그 수준을 넘은 맛이었다. 간도 쎌줄알았는데 적당하고, 돼지고기의 비린맛도 없고, 대단했다.


연이어 형이 한 나머지 두개의 음식들을 먹었다. 사천식 메기찜을 먹었는데 생선 특유의 비린맛이 나지 않았다. 은은하게 살린 생선의 감칠맛만이 코끝에 퍼지고 내 혀는 이리저리 요동쳤다. 메기찜 레시피는 내가 적어 놓고 기억해놨으니. 꼭 내걸로 만들어야지 다짐했다.


메기찜
오이절임

식초물을 끓여 고추와 버무린 오이반찬도 끝내줬는데 어디하나 빠지는 게 없는 홍하우주 형의 손맛 진짜 최고였다. 홍하우주형의 음식에 정신 못차릴 동안 내 음식에 대한 평이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계속 제육볶음만 집어먹었다.


제육볶음

중국고추장을 사용해서 한국의 매운맛을 제대로 표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맛있다며 두그릇 세그릇 먹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고맙고 눈물이 났다. 감정을 바로 잡고 토마토 절임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이내 손으로 따봉 표시를 하는 사람들, 내가 먹었는데도 어릴때 할머니 곁에서 먹던 그 맛이 나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 맞다.. 통파육도 형이 함!

내가 먹던 추억의 맛을 꺼내놓는데 성공한셈이다.

두가지 다 내가 표현 하고 싶었던 맛이랄까?


내 음식이 빨리 없어지긴 했는데, 승자는 나와 홍하우주 형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한끼를 대접해서 말이다.

그러니 승자는 우리 둘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난 요리로 무엇인가 해보려는 열정있는 청년으로 비춰 졌길 바란다. 식사가 끝나고 홍하우주형에게 "내가 치울게요"라고 말하니 홍하우주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게 바로 요리사의 대우야" 라는 말을 했다.

곧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달콤한 낮잠을 맛보았다.


짧은 순간에도 '요리'라는 것으로 더 친해질수 있었고 많은 것을 나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 기분이 째진다.


형의 세가지 요리와 제육볶음과 토마토 절임의 레시피를 교환했다. 흐뭇해 하는 형의 표정을 보니 "이맛에 내가 인생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이따가는 형이 1인 미디어가 되어 쿡방을 하기로 했다. "형은 요리를 할테니 너는 배워라"라는 식의 한석봉의 어머니와 같은 가르침을 주시겠다고 했다.

고마워 진심으로요! 한수 배웠어요. 홍하우주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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