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요리배틀
이 숙소를 택한 이유는 주방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방이 있어야 요리를 잘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주방은 도화지, 요리는 물감이다. 나라는 사람(장꾸남)은 붓이라고 말할수 있다. 내가 무엇을 잘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사람인지를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는건 '요리'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피곤해서 두시간 쪽잠을 자고 내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지리가 빠삭한 숙소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러던 도중 hongzuohao형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많은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요리'로 통했다.
알고보니 그 형은 이 게스트하우스의 요리 담당이었던것이다. 자기 아버지가 상해에 있는 레스토랑 셰프였는데 어렸을때 아버지가 하는 중국음식을 많이 봐서 자신이 중식에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 난 딜을 했다. 내가 한국요리를 알려줄테니 너도 중국의 유명한 요리를 알려 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오케이를 했고 난 곧바로 잠이 들었다.
내가 군인이었을때 보직은 해병대 사령부 의장대였다. 우리는 국빈행사에 초청된 사람들에게 해병대의 칼 같은 제식, 동작을 보여줌으로써 해병대의 이미지를 담당하는 역할을 했었다. 병장이 되어서도 매일같이 5~ 6kg되는 병기를 가지고 훈련했었다.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얻는것도 참 많았다.
내가 일병때 '이동경'선임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그 선임이 내게 했던 말은 그날 하루가 어땠느냐에 따라 잠에 잘 들수있냐, 들수없냐가 나뉜다는 것이다. 저녁이 돼서 잠자리에 눕고 그날 하루를 잘 보냈으면 잠이 잘 올 것이고, 하루를 잘 못보냈으면 잠이 안온다고 했다.
하루를 너무 알차게 잘 보냈나보다. 잠이 곤히 든 걸 보면 말이다.
얼떨결에 홍하우주 형과 붙는 요리대결. 25살과 34살, 한국과 중국의 요리 배틀.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명색이 외식 장사를 꿈꾸는 청년인데 요리가 취미인 형에게 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