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말이'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느라 어머니는 항상 반찬을 미리 만들어 놓고 출근을 하셨는데 어느 날 문득 “만들어 볼까?”라는 물음이 나의 머릿속에 떠나가질 않았다. 이유는 반찬을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내가 제일 관심 있게 지켜본 반찬은 다름 아닌 흔하디 흔한 '계란말이'였다. 달걀물을 이용해서 겹겹이 쌓이는 게 신기했기도 했고.
내 꿈은 그때 이루어졌다.
계란말이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하던 때.
결심 후에 전 어머니를 유심히 관찰했고, 학교에 일찍 귀가하고 계란을 말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더듬더듬 그려봤다. 머릿속 밑그림을 따라 프라이팬에 그림을 그렸다. 치이잉 소리와 함께 노오란 계란물이 노릇하게 익어갔다.
처음 만드는 것치곤 결과물도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더 흥미를 느꼈을까? 진행상황이 실시간으로 훤히 보이는 요리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짜릿하고 묘한 쾌감이랄까? 그 쾌감은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별거 아니지만 부모님께서는 그런 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여럿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요리사를 업으로 하고 있다.
후에 더 요리를 더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창성’이었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거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서라도 내는 ‘맛’은 저마다 다 달랐다.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이 지구상에 하나뿐인 것과 똑같은 이유였다.
스토리가 있는, 내 꿈을 발견해 준 계란말이 하나를 만드는 게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직접 공수해 온 질 좋은 재료를 가지고, 신선하고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