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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꾸남 Oct 22. 2023

홍하우주 형 3

토란, 마늘쫑 볶음

홍하우주형과 돈독해졌다

홍하주형과의 요리배틀을 끝내고 쉴 계획이었으나 아무래도 조금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내가 먼저 홍하우주 형에게 말을 걸었다. "형, 좀 쉬었다가 간단한 요리좀 알려줄수있어요?" 물론 중국어가 아닌 몸짓 발짓을 섞었다. 내 말을 들은 형은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흔쾌히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우주형은 손바닥을 펼쳐 나에게 잠깐 기달려 달라고 하곤 번역기를 돌려 나에게 '*토란'이라는 글자를 보여줬다.


"토란 요리?"

*토란(土卵) :  땅의 달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토란은 생긴건 감자같이 생겼다. 하지만 껍질을 벗기면 뮤틴이라는 것 때문에 미끌미끌 거리는 점액질을 가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간장, 신장에 특히 좋고 노화방지에도 좋다고 한다. 설날에 떡국을 올리듯 추석 차례상에 토란국을 올린다.


토란과 간장을 이용해 졸였다

토란이 무슨 맛인지 잊어버린 나는 토란의 맛이 궁금해졌다.내가 생각한 맛이 맞을까? 토란맛을 기억 하기 싫었던 이유는 어렸을때 였던것 같다. 그때 아마 토란 들깨국을 먹고 충격을 받았었다. 겉보기엔 감자같이 생겼는데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에 아무맛도 안느껴졌기 때문에 좀꺼려 했었다. 키크고 싶어 억지로 먹었는데 지금은 또 다를 수도 있을 기대감에 군침이 돌았다.


저녁이 되고 하우주형을 따라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거침없이 요리재료를 고르는 것 같지만 하나하나의 상태를 꼼꼼히 보는 세심함을 갖추었다. 오랜시간 짬에서 느껴지는 센스들을 보니 프로중 프로였다. 작은것 하나하나 많이 배웠다.


시장에선 마늘쫑, 토란,기타 여러 채소들을 샀다. 홍하우주형의 음식 맛을 알기 때문에 더 기대했다. 장을 다 본후 주방에 도착한 나와 형은 역할을 분담 했다. 미리 사전에 이야기 한 것도 아닌데 주방보조(나), 요리사(홍하우주형) 이렇게 각자의 역할에 따라 재료를 다듬고 준비했다. 토란에 묻은 흙을 씻고 껍질 까는 굳은 일은 내가하고 세심함이 요구되는 재료 썰기는 형이 했다. 눈으로, 코로, 가슴으로 같이 요리하고 배웠다.


파파고로 번역했다

형은 중간중간 "이렇게 해야 된다" 라는 팁을 내게 주었고, 나 역시 배움의 자세로 숙이고 들어가 무한 긍정 하며 형의 말을 적어갔다. 그 사람이 나이가 적든 많든, 사회적 지위가 높던 낮던 간에 배움의 자세는 중요한 것 같다. 사람마다 각자 나름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정성을 다해 들어 줘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예의다.


마늘쫑 볶음

1시간도 안돼서 요리는 끝이 났다. 형이 만든 음식은 두개다. 마늘쫑 돼지 고기 볶음, 토란 감자 조림. 한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산둥지역 음식이란다. 형은 하나 부터 열까지 형이 다 챙겨 주었다. 밥이 없다고 하니 밥집에가서 밥도 사서 가져오고, 그렇게 형의 요리를 맛보기 시작했다. 감사함은 둘째치고 일단 맛이 너무 완벽했다.


한국에 백종원이 있다면 중국엔 홍하우주 형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형은 빠르면서 정확하게 맛을 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라면 한개를 끓여도 누가끓이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맛이 다른 것처럼, 자신만이 낼수있는 맛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것 같다. 물론 10명의 사람중에 10명이 인정해야하는 '맛'이 겠지만.


단순 맛있게 만듦을 떠나 자신만의 맛 기준을 정확히 세워 놓아야 함이 필요할 것 같다. 홍하후주 형은 자신만의 철학(맛)이 있는 것 같아 대단한 사람이었다. 한수, 두수, 세수 정도 배웠다. 요리를 다 먹고 같이 설거지를 마치고 오늘 배운 요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꾸~"라고 누가 불렀다. 하우주 형은 나에게 항상 "꾸~ "라고 불렀다. "꾸~" 를 듣자마자 난 뛰어갔다.


휴대폰 번역기에 써진 "초심을 잃지마." 라는 문장을 내게 보여주는데 가슴이 찡 했다. 내가 대단하다고 했던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데 너무 감사하고 진짜 초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쎄쎄 쎄쎄!!" 라고 진짜 크게 외쳤지 우린 악수하고 포옹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린 방에들어가 아침을 기다렸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일이 있어서 나간다고, 다음에 꼭 보자. 연락하자는 말을 남기고 형과 나는 쿨하게 헤어졌다. 어차피 볼 사람이기에 그렇게 슬퍼 하지 않았다. 우린 분명 인연이기에 언젠가 다시 만날거야 형.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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