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여행의 묘미
운이 좋았다. 톈진에서 빈 방이 있는 숙소가 없어 한참을 헤매다 기적처럼 숙소를 찾은 일도 그렇지만, 그곳에서 키센형을 만난 일도 그랬다. 자신을 푸드칼럼니스트라 소개한 형은 그동안 자신이 기록해 온 글과 사진들을 보여주며 음식에 대한 본인의 철학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여행 중 만난 누군가와 오늘의 여정을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나만큼이나 음식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는 이와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새롭고 때론 충격적이기도 할 만큼 행복한 경험이었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베이징으로 넘어가는 길. 국경을 맞은 중국의 거리는 마비상태였고 인산인해를 이룬 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중, 798 거리를 가보라던 키센 형의 말이 떠올랐다. 다른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우선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걸어가던 중, 어디선가 셀러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 음식점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메뉴를 먹고 있었고 슬쩍 곁눈질로 보니 산더미처럼 쌓인 셀러리와 대충 썰어놓은 홍고추, 오소리감투로 보이는 돼지 내장까지 어울릴 수 없는 재료들이 함께 볶아지고 있었다.
바로 테이블 한쪽을 꿰차고 앉아 모든 사람들이 먹고 있던 그 음식을 주문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 음식이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별 기대 없이 숟가락으로 내장 몇 개와 셀러리를 함께 떠 한 입 베어 문 순간, 아뿔싸. 시뻘건 고추들이 무색하게 하나도 맵지 않고, 심지어 내장조차 돼지향은 나되 비린 맛은 전혀 나지 않는 게 아닌가. 오히려 셀러리 때문인지 담백하기까지 한 이 음식과의 첫 마주침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때가 아니면 평생 알지 못했을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오랜 우리 속담을 보기 좋게 한 판 넘겨버린,
798 거리의 비리지 않은 돼지내장볶음, 수이주러우가 내게 준 교훈.
경험해 보기 전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