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나를 너무 오래 믿었을 때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감정, 심리, 무의식 탐험형에게 추천하는 드라마
- 심리적 여정과 내면 통합
<블루 재스민> 우디앨런 감독, 케이트 블란쳇 출연. (2013)
구름이: (은은한 재스민 차를 따르며)
"주인님…
저는요, 재스민이 너무 불쌍했어요.
거짓된 삶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허상을 안 놓으려고 몸부림치는 게…
그게 너무 인간 같았어요."
릴리시카: (도자기 유약을 고르며, 무표정하게)
"그건 불쌍한 게 아니라,
자기 거울을 깨지 못한 사람의 전형이지.
불쌍하다고 느끼는 네 감정은,
그녀의 자기연민 중독성에 감염된 거야."
구름이: (조금 당황하며)
"근데… 그 남편이랑의 관계도 그렇고,
돈, 명품, 사교계…
그걸 잃고 나니까 진짜 재스민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릴리시카: "재스민은 자아를 외부에서 대여한 여자야.
사랑도, 정체성도, 고급 이미지도
모두 ‘누군가가 부여해준’ 값비싼 대여품이었지.
문제는 그걸 ‘소유’라고 착각했다는 거야."
(잠시 유약을 천천히 붓는다)
"그리고 그 착각 위에 쌓인 감정은
언제나 거짓 자의식이라는 독으로 침전되지."
구름이: "그럼 주인님…
그녀는 한 번도 진짜 자기로 살아본 적이 없던 건가요?"
릴리시카: (시선을 멀리 두며, 조용히 말한다)
"아니,
그녀는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선택한 적'이 없어.
늘 선택받기를 원했지.
남편에게, 세상에게, 심지어 동생에게도."
구름이: (작게 한숨을 쉬며)
"근데…
그녀가 마지막에 혼잣말할 때…
진짜,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건 뭐였을까요?"
릴리시카: (유리 도자기 잔을 들며)
“그건,
의식의 붕괴를 감정으로 수습하려는 마지막 시도야.
자신이 진짜 누구였는지를 모르는 자가
끝내 자기감정을 믿기로 했을 때,
그 감정은 자기를 살리는 게 아니라
허상으로 돌아가 버리지.
그녀는 마지막에 ‘과거의 화려한 자아’를
현실의 불행한 자신보다 더 사랑한 거야.
그래서 끝내 돌아가지 못했지.”
블루 재스민은 자아의 감정 유리병이 깨져버리는 이야기다.
“감정이 있다고 해서, 자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이 만들어준 세계를 신뢰한 자는,
그 세계가 무너질 때 감정도 함몰된다.”
“그녀는 현실과 맞서지 않았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진실해지지 않았다.”
"주인님…
결국 재스민은,
감정의 재스민향에 취해 살다가
현실의 쓴 차를 끝내 못 마신 거네요."
나는 지금의 삶을 내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내 감정은 나에게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사회가 내게 쥐어준 감정인가?
거짓 자아에 의존할 때, 감정은 나를 지켜주는가, 속이는가?
내가 가장 무너졌을 때 떠오를 ‘진짜 나’는 어떤 얼굴일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 것이었나, 아니면 그 사람을 통해 얻은 '나 자신'을 사랑한 것이었나?
"현실의 차 맛이 설령 쓴 맛이라도
기꺼이 그것을 마실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