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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

by 도심산책자

한 시간짜리 필라테스 수업이 끝난 후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선생님과 수다를 떨었다. 이 대화가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채 너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갔다. 선생님은 어느 순간 본인의 창업 비하인드스토리와 회사 운영에 관한 비법들을 대방출해 주었다. 누가 보면 필라테스 사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1:1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대화에 집중한 이유는 다름 아닌 선생님의 눈빛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빛에서는 연신 빛이 났다. 이런 눈빛으로 말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 정말 오랜만이어서 반가웠다.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은 자연스럽게 목소리와 말투, 눈빛에서 배어 나온다. 그 열정은 그녀의 일, 그리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올 것이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아하 모먼트를 선사해 준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는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든 초보 사업가로서 센터를 알리는 일에 관한 것이다. 나름의 비법 중 하나는 센터 창문의 커튼을 열어 두는 것이다. 그날따라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기분 좋아서 뷰맛집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고객님이 불편해하지만 않으면 항상 커튼을 열어 둬요.”

그녀가 커튼을 열어 두는 이유는 햇살을 들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센터 안쪽에서 운동하는 것이 보이면 지나가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눈이 가거든요. 그럼 센터의 존재를 알게 되는 거죠.”


비슷한 맥락으로 항상 조명을 켜 놓는다고 했다.

종종 고객과의 약속 때문에 영업시간을 지나고도 늦은 밤까지 있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도 불을 밝혀둔다고 했다. 불을 켜 두는 행위는 이곳은 언제나 열려 있고, 언제든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란다.

이건 단순히 고객을 유인하려는 전략이 아니라, 그녀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센터의 대표이자 영업사원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 센터를 다닌 후 센터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여지없이 대표가 큰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했다. 본인 수강생이 아니더라도 대표로서 고객의 상태를 살피고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클래스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추고 고객과 인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상담 테이블 자리는 늘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자리는 회원님들 자리예요. 수업 끝나고 수다를 떨다가 가시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 테이블은 항상 깔끔하게 정돈해 놓고 있어요. “

다음 스케줄을 잡기 위해 앉았다가 내리 한 시간 수다 타임을 갖고 보니 이 자리의 의미를 알겠다. 이렇게 보니 어느 것 하나 그냥 있는 것은 없고 나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대화 너무 재미있었어요. 오늘은 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다음번엔 회원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기분 좋은 배웅을 받으며 생각했다. 그녀가 이야기한 비법을 들으며, 나는 나의 공간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나를 포함하여 중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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