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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나요?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오는 것들

by 도심산책자

“자격증 취득만 하면 제가 가진 것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추진력을 좀 잃어버린 것 같아요. “

“정말 이상하게…“


고객은 원하던 자격증을 취득한 후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태가 된 것에 대해 ‘이상하게’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자,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한다면 하는 사람, 무엇이든 저돌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사람’이 본인의 모습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텐션이 떨어지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거였다.


우리는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자격증 취득을 위한 여정을 함께 조망해 보았다.

“지금 헬리콥터를 타고 지난 1년 간의 여정을 쭈욱~ 돌아본다면 어떻게 보여요?”


“배낭을 메고 열심히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제가 보여요. 그런데 정말 숨 가빠 보이네요.”

“지금 어디쯤 와 계세요?”

“아직 정상에는 못 왔고 30% 정도 지점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보이는 고객님에게 한 말씀해 준다면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그러구보니… 좀 쉬어도 될 것 같네요.”


불과 일주일 전에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불과 일주일 남짓이 흘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왜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자각이 찾아온 거였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난 후에 심리적인 공허감과 같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목표를 쫓는 과정에서는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몰입해서 돌진했는데, 막상 이루고 나니 텅 빈 것처럼 허전한 것이다. 자격증을 예시로 들면 아래와 같이 해석할 수 있겠다.


첫째, 기대감과 현실의 차이를 자각하는 것이다. 자격증을 따기 전에는 그것이 일종의 '열쇠'처럼 느껴져서, 이걸로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예상과 다른 현실이 펼쳐진다. 현실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막연함이나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자신감 부족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때 자신감이 부족할 수 있다.

"자격증이 있지만 내가 실제로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주춤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 내 주위에서도 자격증 취득 후에도 그에 걸맞은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의기소침해하는 분들을 많이 마주했다.


셋째, 목표의 재설정이 필요한 경우다.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새로운 목표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격증을 얻은 후에도 자신이 무엇을 할지, 어떤 경로로 나아갈지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자격증이 단지 하나의 '완료된 일'로만 느껴지고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다시 고객과의 대화로 돌아가서, 고객은 셋째 사례에 해당했다.

“1년 후 미래를 그려본다면 산의 어디쯤 가 계실 것 같아요?”

“아직 산 정상은 아닐 것 같고, 중턱 그러니까 산의 절반 지점에 가 있을 것 같아요.”

“중턱에 서 있는 고객님에게 이름을 붙여 본다면 뭐라고 붙여보시겠어요?”

“힐러…. 힐러요”


고객은 1년 후 스스로의 모습에 ‘힐러’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1년 동안 무엇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숨 가쁘게 달려왔어요.”

“이제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힐러로서의 방향성과 제가 추구할 가치를 정리해 봐야겠어요.”


목표를 이루고 난 후에 찾아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을 알아주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래 모습을 떠올리는 고객의 모습을 보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 안에는 정리되지 않은 미래의 열망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열망을 마주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꼭 던져야 할 질문을 던지지 못해 모호함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열정이 식은 것 같이 느껴진다면, 온 힘을 다해 목표를 달성한 후 공허함에 빠져있다면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보면 좋겠다.

“정말 고생했어. 이제 조금 쉬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때?”

“그런데 대체 어디로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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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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