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까 갑자기 단어가 하나 떠올랐어요.”
“구조화된 자유”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구조화된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녀는 문득 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나 갑자기 눈물 날 것 같아.”
그렁그렁한 눈을 보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우리의 대화가 이렇게 흘러갈 줄을 이곳에 들어섰을 때는 몰랐다. 갑자기 ‘삼계탕’이 먹고 싶다는 동료의 말에 갑작스럽게 따라나선 곳이었고, 어르신들이 많이 찾을 법한 오래되고 낡은 공간이었다.
식전주가 나올 때 우린 서로 너털웃음을 웃었다.
오후 미팅만 없었다면 건배라도 하며 비워냈을 잔을 바라만 봤다. 사이드 메뉴로 닭똥집이 나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도 그랬다.
“닭똥집 드세요?”
“아니.”
“저도 안 먹어요.”
그때도 서로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시울을 붉힌 거였다.
우리는 서로 어떻게 교육 업계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학창 시절은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답답하고 갑갑했다고 했다.
모범생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것 같았던 그녀이기에 그 말 뜻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면의 욕구를 소심하게 풀어냈다고도 했다. 펌을 한다거나 교복에 사복을 걸쳐 입는다거나.
그녀는 지금의 일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교육 콘텐츠를 설계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가 지금의 일에 만족해하는지 궁금했다. 도전하고 싶지만 ‘안정’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일 속에서 나만의 만족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서로 상반되어 충돌하고 있는 것만 같은 가치가 그녀만의 모습으로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득 떠올린 단어가 바로 ‘구조화된 자유’였다.
“뭔가 긍정적으로 느껴져”
아마도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충돌하던 두 가지 가치가 긍정적으로 조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자유를 얻으려면 구조를 깨야 하고, 구조 안에 있으면 자유를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잘 설계된 구조는 자유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동료는 아마도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과 방향성을 필요로 했을 거다. 그런데 그동안 이 두 가지를 공존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갈등을 겪었을지도. 그래서 ‘구조화된 자유’라는 개념을 들었을 때, "아, 내 안에서 부딪히던 두 가지 가치가 이렇게 함께 갈 수 있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이 아닐까.
그 깨달음이 너무 반갑고, 또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마음이 언어로 정리되는 순간, 감정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고민해 온 것이 허무한 게 아니었고, 그것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서로 부딪히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두 가치와 함께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