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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의 힘": 타란티노가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

by 꼬불이

"우유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이 평범한 요청이 공포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오프닝 시퀀스.


프랑스 시골 오두막. 나치 친위대 대령 한스 란다가 프랑스 농부 라파디트에게 우유를 요청한다. 라파디트가 따라준다. 란다는 한 번에 마신다. 미소 짓는다. 그리고 관객은 안다. 저 마룻바닥 아래 유대인 가족이 숨어 있다는 것을.



20분간 총 한 방 안 나간다. 폭발도 없다. 액션도 없다. 오직 대화만 있다. 하지만 그 20분이 타란티노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왜? 대사가 무기이기 때문이다. 침묵이 폭탄이기 때문이다. 시선이 총구이기 때문이다.



타란티노는 두 편의 영화에서 같은 배우를 기용했다. 크리스토프 발츠. 오스카를 두 번 안겨준, 타란티노가 발견한 "대사의 악기".


발츠는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하지만 그의 진짜 무기는 언어가 아니다. 침묵이다. 미소다.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다. 우유 잔을 내려놓는 타이밍이다.



타란티노의 세 작품 -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장고: 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8』 - 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대사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숨기는 것이라는 것을. 진짜 의미는 문장 사이의 공백에 있다는 것을. 가장 위험한 순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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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오두막 시퀀스: 서스펜스의 교과서



ACT 1. 프랑스 시골. 1941년.



한스 란다 대령이 오두막에 도착한다. 라파디트는 나무를 패고 있다. 란다가 다가온다. 미소를 짓는다. 공손하다. 정중하다.



"실례지만 프랑스어로 대화해도 될까요? 제 프랑스어 실력을 연습하고 싶어서요."



첫 대사부터 권력 관계가 명확해진다. 나치 대령이 "실례지만"이라고 말한다. 공손함은 가면이다. 그 뒤의 진짜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다.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란다가 담배를 꺼낸다. 라파디트에게 권한다. 라파디트가 거절한다. 란다가 파이프를 꺼낸다. 천천히 담배를 채운다. 불을 붙인다. 연기를 내뿜는다.



관객은 이미 알고 있다. 저 마룻바닥 아래 유대인 가족 - 드레퓌스 가족 - 이 숨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란다는 모른다. 아직은. 라파디트도 란다가 모른다고 믿는다. 아직은.



이것이 서스펜스의 정석이다. 히치콕이 말했다. "서스펜스는 관객이 등장인물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다." 타란티노는 그 공식을 완벽히 적용한다.



란다가 말한다.



"저는 유대인 사냥꾼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는 계속된다. 란다는 유대인을 쥐에 비유한다. 프랑스인을 토끼에 비유한다. 독일인을 매에 비유한다. 그의 말투는 차분하다. 논리적이다. 심지어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 논리 뒤에는 학살의 정당화가 숨어 있다.



라파디트는 듣는다. 고개를 끄덕인다. 땀이 난다. 관객은 본다. 저 남자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대답이 아니라 시선으로.



란다가 물어본다.


"드레퓌스 가족을 본 적 있습니까?"



라파디트가 대답한다.


"아니오."



거짓말이다. 관객은 안다. 란다도 안다. 하지만 란다는 미소 짓는다. 계속 질문한다. 점점 더 구체적으로. 점점 더 날카롭게.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소문이라도 들었습니까?"


"아니오."


"그들의 친척이 이 근처에 있습니까?"


"모릅니다."



대사는 짧아진다. 라파디트의 대답이 점점 더 간결해진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변명하지 않는다. 그냥 "아니오"만 반복한다.



이것이 대사의 힘이다. 많이 말할수록 거짓이 드러난다. 란다는 이걸 안다. 그래서 질문한다. 계속. 끝없이.


그리고 란다가 언어를 바꾼다.


"이제 영어로 얘기합시다."


라파디트가 놀란다. 왜 영어로? 란다가 설명한다.


"마룻바닥 아래 숨어 있을지도 모를 유대인들이 우리 대화를 못 알아듣게 하려고요."


침묵.


라파디트의 얼굴이 무너진다. 땀이 흐른다. 손이 떨린다. 란다는 미소 짓는다. 여전히 공손하다. 여전히 정중하다.



관객은 숨을 멈춘다. 들켰다. 아니, 처음부터 란다는 알고 있었다. 20분간의 대화는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시간이었다.



란다가 우유를 요청한다.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라파디트는 따라준다. 손이 떨린다. 잔을 내려놓는다. 란다가 말한다.


"당신은 유대인을 숨기고 있습니다."



라파디트가 무너진다. 울먹인다. 란다는 친위대를 부른다. 마룻바닥에 기관총을 난사한다. 총성. 비명. 침묵.



한 소녀만 탈출한다. 쇼샤나 드레퓌스. 그녀가 달린다. 란다가 총을 겨눈다. 하지만 쏘지 않는다. 미소 짓는다. 그녀를 보낸다.


"Au revoir, Shosanna!"


20분간의 대화.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권력. 공포. 거짓말. 무너짐. 학살. 그리고 복수의 씨앗.






타란티노 대사의 5가지 법칙



오두막 시퀀스를 분석하면 타란티노 대사의 핵심 원리가 보인다.


1. 공손함은 가장 위험한 무기다.



란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손하다. "실례지만", "감사합니다", "한 잔 더 드시겠습니까?" 그의 예의는 가면이다. 그 뒤에 폭력이 숨어 있다.


이것이 타란티노 악당의 특징이다. 그들은 소리 지르지 않는다. 위협하지 않는다. 대신 미소 짓는다. 차분히 말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캘빈 캔디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예 주인이지만 교양인처럼 행동한다. 프랑스어를 쓴다. 와인을 음미한다. 하지만 그 교양 뒤에는 잔혹함이 있다. 그는 노예들을 개처럼 싸우게 만든다.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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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의 대사를 보자.


"Gentlemen, you had my curiosity. But now you have my attention."


번역하면 "신사 여러분, 당신들은 제 호기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 주의를 끌었군요."


이 문장 하나로 상황이 바뀐다. 호기심은 안전하다. 하지만 주의는 위험하다. 캔디가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공손함 뒤의 폭력. 이것이 타란티노 대사의 첫 번째 법칙이다.



2. 침묵은 대사보다 강하다.


'버스터즈' 오두막 시퀀스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란다가 말을 멈출 때다. 그는 라파디트를 본다. 그냥 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5초. 10초. 라파디트가 먼저 무너진다.


타란티노는 침묵을 무기로 쓴다.



『헤이트풀8』을 보자. 눈보라 속 오두막에 8명이 갇혀 있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누가 살인자인가?


대화가 끊긴다. 침묵이 흐른다. 8명이 서로를 본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느낀다. 누군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침묵은 대사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침묵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침묵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3. 언어 전환은 권력의 전환이다.


란다가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바꾸는 순간, 권력 관계가 명확해진다. 라파디트는 제대로 영어를 못한다. 란다는 완벽하게 한다. 언어를 선택하는 자가 권력자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이 영화에서 4개 언어를 쓴다.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는 언어를 바꿀 때마다 캐릭터를 바꾼다. 프랑스어로 말할 때는 친절하다. 영어로 말할 때는 위협적이다. 독일어로 명령할 때는 냉혹하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킹 슐츠(크리스토프 발츠)도 언어를 무기로 쓴다.


그는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이다. 남부 노예주들 사이에서 그의 독일어 억양은 이방인의 표시다. 하지만 그는 그 억양을 이용한다. 교양 있는 유럽인처럼 행동한다. 남부인들을 무식한 야만인처럼 대한다.


슐츠가 캔디에게 말한다.


"I'm afraid I must insist."

"유감이지만 제가 고집해야겠군요."


정중한 말투지만 실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다. 언어의 선택이 권력을 드러낸다.



4. 장황함 속에 진실을 숨긴다.


타란티노 캐릭터들은 많이 말한다. 아주 많이. 하지만 그 장황함이 목적이다. 진짜 중요한 문장은 그 많은 말들 사이에 슬쩍 끼워 넣어진다.


오두막 시퀀스에서 란다는 유대인과 쥐에 관해 긴 연설을 한다. 5분 넘게. 관객은 지루해진다. 라파디트도 긴장이 풀린다. 그리고 란다가 묻는다.


"이 지역에 드레퓌스 가족을 본 적 있습니까?"


갑자기. 아무 예고 없이. 라파디트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래서 거짓말이 티가 난다.


이것이 타란티노의 전략이다. 장황한 대화로 상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칼을 꽂는다.




『헤이트풀8』의 크리스 매닉스 소령(월튼 고긴스)이 그렇다.


그는 남부군 출신이다. 말이 많다. 농담을 한다. 하지만 그의 농담 속에는 인종주의가 숨어 있다. 그는 북군 소령 워렌(새뮤얼 L. 잭슨)을 도발한다. 계속. 끝없이.


매닉스가 말한다.


"When niggers are scared, that's when white folks are safe."

"흑인들이 겁먹을 때, 그때 백인들이 안전하지."


농담처럼 던진다. 하지만 진심이다. 워렌은 안다. 하지만 웃는다. 왜? 아직 때가 아니니까.


장황함은 방어막이다. 진짜 의도를 숨기는 연막이다.



5. 대사는 캐릭터의 무기 선택이다.


타란티노 캐릭터들은 각자의 말투가 있다. 그 말투가 그들의 정체성이다.


란다는 공손하다. 교양 있다. 논리적이다. 하지만 그 공손함이 그의 무기다.


슐츠는 정중하다. 예의 바르다. 하지만 그 예의가 남부인들을 조롱하는 도구다.


캔디는 프랑스어를 쓴다. 와인을 논한다. 하지만 그 교양이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가면이다.


워렌은 직설적이다. 거칠다. 하지만 그 거칠음이 생존의 무기다.


각 캐릭터가 다르게 말한다. 그래서 각 캐릭터가 다르게 보인다. 대사가 캐릭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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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발츠: 타란티노가 찾은 악기


타란티노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위해 2년간 한스 란다 역을 찾았다. 못 찾으면 영화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만큼 이 배역이 중요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프 발츠를 만났다.


발츠는 오스트리아 배우다. 50대 중반. 할리우드에서는 무명이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30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 그리고 그는 언어의 천재였다.



발츠는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 단순히 유창한 게 아니다. 각 언어의 뉘앙스를, 문화적 맥락을, 리듬을 완벽히 이해한다.



타란티노가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내가 쓴 대사를 연주한다. 마치 바이올리니스트가 악보를 연주하듯이."


발츠의 한스 란다는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10년. 그의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쿠엔틴, 당신은 나에게 날개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개로 날 수 있는 공기를 만든 것은 당신입니다."



그리고 타란티노는 발츠를 다시 불렀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이번에는 주연급이었다. 킹 슐츠 박사. 독일인 현상금 사냥꾼. 교양 있는 살인자.



슐츠는 란다의 반대편이다. 란다는 악당이지만 슐츠는 영웅이다. 하지만 둘 다 말로 죽인다. 슐츠의 무기는 총이 아니라 대사다.



슐츠가 장고와 노예상에게 말한다.


"I'm sorry. I couldn't resist."

"미안합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쏜다. 사과와 살인이 같은 문장에 있다.


발츠는 두 번째 오스카를 받았다. 2013년. 남우조연상. 타란티노 영화로 오스카를 두 번 받은 유일한 배우.



그리고 타란티노는 발츠를 세 번째로 불렀다. 『헤이트풀8』. 하지만 발츠는 거절했다. 역할이 너무 작다고 느꼈다. "Unfortunately, there's no part in it for me."


대신 팀 로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오스왈도 모브레이. 레드록의 교수형 집행인. 영국인. 발츠를 흉내낸 연기였다. 말투, 걸음걸이, 손동작까지.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알아챘다. "팀 로스가 크리스토프 발츠를 연기하고 있다."


이것이 발츠의 유산이다. 타란티노 영화에서 그의 부재조차 그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다른 배우가 그를 흉내내야 할 정도로.


발츠는 타란티노의 두 영화에서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언어의 마스터다. 말로 지배하고, 말로 죽이고, 말로 산다.


타란티노가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내 대사를 음악으로 바꾼다. 그는 쉼표를 쉼표로 말하지 않는다. 침묵으로 만든다. 그는 마침표를 마침표로 말하지 않는다. 총성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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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생을 위한 타란티노 대사 훈련법



타란티노의 대사를 배우고 싶다면? 단순히 많이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음 훈련을 해보자.


1. 공손한 악당 만들기.

당신의 악당이 소리 지르게 하지 마라. 대신 미소 짓게 하라. 정중하게 말하게 하라. 그리고 그 정중함 뒤에 폭력을 숨겨라.



2. 침묵의 타이밍.

대사를 쓴 후, 절반을 지워라. 남은 대사 사이에 침묵을 넣어라. "5초간 침묵", "10초간 서로를 본다" 같은 지문을 넣어라.



3. 언어 전환 사용하기.

당신의 캐릭터가 두 개 언어를 쓸 수 있다면, 그걸 활용하라. 권력 있는 캐릭터가 언어를 바꾸는 순간 상대는 무너진다.



4. 장황함으로 방어막 치기.

중요한 질문을 하기 전에 5분간 다른 얘기를 하게 하라. 상대가 긴장을 풀게 하라. 그리고 갑자기 칼을 꽂아라.



5. 캐릭터별 말투 차별화.

당신의 모든 캐릭터가 같은 말투로 말한다면 실패한 것이다. 각 캐릭터에게 고유한 말투를 주어라. 교양 있는 캐릭터, 거친 캐릭터, 말 적은 캐릭터, 농담하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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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대사는 빙산이다


타란티노의 대사를 분석하다 보면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이 떠오른다. 수면 위에 보이는 것은 8분의 1. 진짜 의미는 수면 아래 8분의 7에 숨어 있다.


란다가 "우유 한 잔 더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표면적으로는 친절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위협, 조롱, 학살, 권력이 숨어 있다.


슐츠가 "I'm sorry. I couldn't resist."라고 말할 때, 표면적으로는 사과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정의, 복수, 폭력이 숨어 있다.


워렌이 침묵할 때, 표면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분노, 계산, 생존 본능이 숨어 있다.



타란티노의 위대함은 그가 수면 아래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관객이 스스로 잠수하게 만든다. 그 수면 아래로. 그리고 거기서 진짜 의미를 발견하게 만든다.



오두막 시퀀스는 20분이다. 하지만 그 20분 동안 관객은 숨도 쉬지 않는다. 왜? 대사 하나하나가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침묵 하나하나가 폭탄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타란티노의 대사를 악기로 연주한다. 그는 말의 속도를, 억양을, 침묵의 길이를 완벽히 조절한다. 그래서 관객은 그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느낀다.


타란티노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명확하다. 대사는 정보 전달이 아니다. 대사는 무기다. 그 무기를 어떻게 휘두르느냐가 작가의 실력이다.



란다가 라파디트에게 묻는다.


"우유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그 질문 하나로 가족이 죽고, 복수가 시작되고, 전쟁이 바뀐다.



"Au revoir, Shosanna!"


란다가 외친다. 도망치는 소녀에게. 그 한마디가 복수의 씨앗이 된다. 그 한마디가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한 문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타란티노는 그걸 증명했다. 세 편의 영화로. 한 명의 배우로. 수백 개의 대사로.


이제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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