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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늘 Oct 13. 2024

마음의 눈으로



그날의 수련을 망설였던 건 며칠 전부터 계속되던 두통 때문이었다. 이른 새벽, 작업을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지만 무언가 뚝 끊기는 느낌과 함께 목부터 시작된 통증이 머리까지 이어졌다. 뇌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그 홧홧한 느낌이 정말이지 강렬해서 나는 잔뜩 움츠린 채 이 고통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랐다. 잠이 먼저 찾아왔다. 흐릿해지는 의식 사이로 온몸, 그야말로 누운 자리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몸 어딘가에 숨은 통증은 결국은 모습을 드러낸다. 자기를 바라봐 주지 않으면.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렇게 안 좋은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내버려 두면 기어코 더 큰 통증으로 나타난다. '이래도 나를 안 볼 거라고? 어떻게, 더 호되게 당해볼래?' 목은 나에게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보름 전, 아니, 한 달 전부터. 아픈데도 참을 수 있을 정도는 되어서 치료를 받다 말았더니 결국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혹시나 불편한 부위가 있다면 외면하지 마시고 사랑을 담아서 함께 가겠다고, 그곳 또한 바라보겠다는 의도를 세워보세요."


수련 전, 선생님의 말에 두려움을 들킨 기분이었다. 통증과 두려움은 친구다. 그것도 친한 친구. 통증이 어깨동무를 할 때마다 두려움은 어깨를 맞댄다. 두려움이 클 때마다 통증은 지지 않고 따라서 키가 큰다. 그 말은 찬찬히 걸어 들어와 내가 키운 통증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사랑을 담을 수 있도록 일깨웠다. '나는 왜 이러지?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왜 이렇게 자주 아파?' 내가 나를 탓하며 미워하고 싶은 마음. 그 끝에 '수련하다가 더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또 다른 두려움까지도 밝은 곳으로 밀어냈다. 넘어갈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허들을 생각에 갇힌 채 이미 기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 순간. 미안, 외면하지 않을게. 우리 함께 가자. 나에게 말했다. 눈을 감고 소리 없이 말하는 것은 마음의 눈을 뜨는 것과 같은 일이다.


몸으로 돌아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일.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한 지점에 시선을 모으는 일. 생각 이전의 감각에 충실한 일. 그래서 나의 안녕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라는 일. '마음의 눈으로 사랑을 담아서'는 어떤 아픈 일이든 갖다 붙이기만 해도 약이 될 수 있다. '회복되는 길을 알려드립니다. 단, 내가 나에게 속삭여줘야만 해요. 새로운 내면 여행을 시작해 보시겠어요?' 복용법이라면 이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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