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불문(四不問), 네 가지를 묻지 말라

천하 통일의 초석을 놓은 진 목공의 파격적인 인재정책

by 마테호른


* 사불문(四不問) ― 인재를 등용하는 데 있어 국적·민족·신분·나이 등 네 가지를 따지지 않았던 진나라의 인재정책




◆ 천하 통일의 초석을 놓은 진 목공의 파격적인 인재정책


조직이 성장하려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 중 옥석을 가려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제한 조건이 있다면 인재를 찾는 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예컨대,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의 제한 조건이 많을수록 원하는 인재를 얻을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춘추오패(春秋五霸, 강력한 힘을 토대로 패업을 이룬 춘추전국시대 다섯 명의 제후)의 한 사람인 진 목공(穆公)은 인재라면 버선발로 뛰어나가서 맞았을 만큼 인재를 아꼈다. 서쪽 변방에 자리한 진나라가 중원을 장악하려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라 안의 인재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목종은 외국의 인재를 영입하기로 한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일흔이 다 되도록 뜻을 펴지 못한 채 숨어 살던 백리해(百里奚) 역시 그렇게 해서 만났다.


목공이 노인을 향해 물었다. 초나라에서 소를 돌봤다는 노인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올해 나이가 어찌 되오?”
“아직 일흔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늦게 만났구려.”
목공은 기다리던 인재와 만났지만, 대업을 도모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목공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자, 노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대왕께서 날아가는 새를 잡고, 사나운 맹수와 맞서 싸우는 데 쓰기에는 신은 너무 늙었습니다. 하지만 나랏일을 맡을 사람을 찾는다면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일찍이 태공망 여상(呂尙, 강태공)은 여든 살까지 위수에서 낚시로 소일했지만, 문왕이 그를 수레에 태우고 가서 신하로 삼아 주나라를 일으켰습니다. 그에 비하면 신은 열 살이나 적습니다.”
그 말에 목공이 크게 기뻐하며 노인을 상경(上卿, 정승)으로 삼으려고 하자,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신은 망한 나라 사람인데, 어찌 쓰시려고 합니까?”
“우(虞)나라가 망한 것과 그대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오.”
“저에게 건숙이라는 벗이 있는데, 신보다 열 배는 뛰어납니다. 대왕께서 큰 뜻을 품으셨다면 그를 불러 나랏일을 맡기시고, 신에게 그를 돕게 하십시오.”
이에 목공은 즉시 사람을 보내 건숙을 초청했다. 이로써 목공은 두 사람의 현인을 얻었다.

―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 중에서


노인은 백리해였다. 백리해와 건숙(蹇叔)은 진나라가 중원을 통일하는 데 있어 초석을 놓은 최고의 참모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목공이다. 인재를 알아본 것은 물론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들을 과감히 기용했기 때문이다.


백리해는 우나라 출신으로, 나라가 망한 후 이름을 숨긴 채 초나라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의 뛰어난 능력과 사람됨을 전해 들은 목공은 초나라에 사람을 보내 그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초나라는 그를 보내주는 대가로 검은 양가죽 다섯 장을 요구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다섯 장의 검은 양가죽을 주고 데려왔다’라고 해서 ‘오고대부(五羖大夫)’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진나라는 인재를 기용할 때 국적·민족·신분·나이 등 네 가지를 따지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사불문(四不問)’으로, 지금 생각해도 매우 파격적인 인재정책이다.


수많은 나라가 자웅을 겨뤘던 춘추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상으로 인재를 구하는 데도 매우 신중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대부분 군주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 자국 출신 인재를 곁에 두었다. 그런데 목공은 거기서 벗어나 외국의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목공이 진나라 출신 인재만을 고집했다면 외국의 수많은 인재가 진나라로 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외국까지 가서 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알아봐 준 목공의 뛰어난 안목에 반해 기꺼이 고국을 떠나 진나라로 왔다. 목공이 대단한 것은 그렇게 해서 뽑은 이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변방의 소국에 지나지 않았던 진나라는 서쪽의 패자가 된 것은 물론 중원을 호령하는 강자로 거듭났다.


인재는 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힘은 과감한 이민정책, 곧 개방성에서 나온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나라의 인재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해줄 뿐만 아니라 그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아낌없이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무릇, 인재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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